시공위주의 건설산업 한계..각 분야 전문성 필요

"건설경기가 한참 활황일때 건설업체 직원마저 시행사 차리겠다고 직장을 그만둔 경우도 많았다. 그땐 한 건 대박을 터뜨려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시행사 차리기'였다"


한 건설사 직원의 이야기다. 이처럼 경기좋고 분양률 높은 때 시행사를 차려서 '대박'나는 호시절은 지났다. 되레 미분양으로 시행사, 시공사, 분양 계약자, 입주민들간 마찰음만 곳곳에서 들려오고 저조한 분양률로 공사대금을 대지 못한 채 심각한 경영위기에 시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미분양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분양했더니 기존 입주자들이 새 입주자들의 이사조차 막는가 하면, 대금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피해보상,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소송건도 셀 수 없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며 보증사고사업장으로 등록된 건수도 늘었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7월까지 보증사고사업장 발생건수는 총 74건이었다. 월별로는 작년 하반기 전까지만 해도 1~3건에 그쳤던 보증사고가 지난해 10월 들어 18건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11월 10건, 12월 8건 등으로 이어갔다.

보증사고사업장은 실제 공정률이 계획 공정률보다 25% 이상 뒤처질 경우 분양 계약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정된다.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사고사업장으로 등록하게 되면, 분양원금을 환급하거나 대한주택보증이 직접 공사 재개 후 분양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를 밟게된다.


이런 문제들은 경기하락, 주택 미분양 증가 등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무리한 사업추진과 그것을 가능케한 대출구조 그리고 시행사의 비전문성 등이 크게 영향을 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더불어 '시공위주의 건설산업'이라는 구조적 원인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건설산업에서 가장 큰 힘을 지닌 주체는 시공사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 연대보증으로 등으로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의 경우, 시행사나 엔지니어링, CM(건설사업관리)의 전문성이 뛰어나 고부가가치를 발현하고 있다"며 "시행사는 자금력과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파이낸싱에 어려움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변 애널리스트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선진 건설사들의 마진이 높은 이유는 단순 노동력이 투입되는 시공보다 기술, 파이낸싱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공ㆍ시행으로 나뉜 사업구조 속에서 문제나 갈등이 많이 생기는 이유로 '지주공동사업'을 꼽았다. '지주공동사업'이란 시행과 시공을 모두 한 회사가 책임지는 자체사업이나 시공사가 시행사에게 공사비만 받는 단순도급사업과는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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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가 대출금액에 연대보증을 하면서 땅주인인 시행사와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인데, 변 애널리스트는 "지주공동사업일 경우에는 분양관련 소송에서 시행사나 시공사 한 편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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