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수장들, 책에서 경영의 길을 묻다

-이윤우.정준양 회장 조직문화 도서 권장
-현정은.김징완 회장 감동적 스토리 선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이 저마다 애용 도서를 공유하는 이른바 '독서 경영'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자신의 경영 비전이 투영된 책을 임직원과 함께하기 위해 추천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체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정기적인 독서 모임을 갖는가 하면 직원들과 격의없이 독서 토론에 나서는 적극적인 모습도 눈에 띠고 있다.

재계에서는 독서가 지식과 정보, 기술, 아이디어를 조직원이 공유하는 경영기법으로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황기 돌파, 비전 창출 통로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민웅의 임진왜란해전사, 라시드 앗 딘의 칭기스칸기를 임직원들에게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들 도서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해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데 올 들어 유난히 창의적 조직문화를 강조해 온 이윤우 회장 의중과 맞물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인간의 속성이나 조직의 속성을 다룬 책을 추천한 것은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독서광답게 ▲코드그린(토머스 프리드먼) ▲드림셀러(아우구스토 쿠리) ▲도요타 제품 개발의 비밀(제임스 모건ㆍ제프리 라이커) ▲아웃라이어(말콤 그레드웰) ▲지두력(호소야 이사오) 등 다섯권의 도서를 휴가철 추천 도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개설한 CEO 블로그를 통해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직원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4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매주 한권씩 책을 직접 선물하고 있다.
특히 블로그에 올린 추천도서 마다 한마디 코멘트를 달고 있는데 코드그린의 경우 "녹색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연다"며 그린 포스코를 지향하는 정 회장의 의지를 담기도 했다.

그는 그룹내 임원들이 참여하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스터디 및 세미나를 직접 관리하는 등 임직원 ‘마음의 양식’ 쌓기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가 산업 현장에서 체험한 혁신 사례를 통해 이노베이션 문화를 회사에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유쾌한 이노베이션'(톰 켈리, 조너던 리트맨)을 소개했다.

남 부회장은 이 책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고객의 숨은 니즈까지 찾아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의미의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이 책을 통해 일등LG를 향한 도전과 혁신에 많은 시사점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쉬는 것도 경쟁력",,휴(休) 경영 설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히스이 고타로의 '3초만에 행복해지는 명언 테라피'를 적극 권장한다.

이 책은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 식당 주인, 70대 할머니, 구걸하는 맹인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발견하는 69가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행복ㆍ일ㆍ돈ㆍ연애 등 4개의 코스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현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사석에서 "주변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짤막한 이야기와 삽화가 돼있어서 머리 식히기도 좋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어 읽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출장 가방에 늘 책 4~5권을 넣고 다니는 독서광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은 최근 회사 임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제불황으로 힘들고 어렵지만 웃음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이 책을 선사했다"면서 "즐거운 휴가 기간에 모든 사람들이 이 책으로 웃어보자는 취지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휴가철 읽어볼만한 책으로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을 꼽는다. 이 책은 날짜별로 각 장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해 사색의 시간을 유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원기를 충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체득해보라는 신 부회장의 메시지라는 게 회사측의 전언이다.

산업부 재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