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복잡하게 얽힌 '지위ㆍ권리ㆍ의무'
$pos="L";$title="";$txt="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size="150,196,0";$no="2009062609094918768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대항세계화운동을 연구하고 있는 더블린 시립대 로날도 뭉크의 말이다.신자유주의는 시민권을 소비자권으로 대체시켰다. 농어민들은 70년대를 지나면서 노동자가 되고 사용자가 됐다.
민주화의 진통을 겪어가며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했다. 소비자들은 값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찾아 매장을 순례하고 있고, 대형할인매장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압력을 협상의 지렛대 삼아 공급자들을 압박한다.어디까지가 소비자권이고 유통권인지 구별하기는 어렵다. 쥐어짜인 공급자들은 최저임금제에 반발하고,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강화된다. 노조의 권한은 약화된다. 그런데 소비자의 대부분은 노동자다. 우리는 그렇게 엮여 있다.
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저 저축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식투자와 펀드 열풍은 저축자를 투자자로 바꿔 놓았다. 증권회사들과 기관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며 기업들을 감시한다. 회사의 CEO들은 오로지 회사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매진한다.
마른 걸레도 다시 짜는 원가 절감, 강력한 구조조정, 파견근로자와 아웃소싱, 공장의 해외이전 등이 대표적 경영 수단이다.그런데 투자자의 대부분은 회사원ㆍ노동자ㆍ소비자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론 시민이다.
어느 상황에선 정치적 시민이고, 어떤 자리에선 경제적 소비자다.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이해관계는 충돌할 수 있다.
관점에 따라 이득은 달라질 수 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이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용자일 때 생각, 노동자일 때 생각, 소비자일 때 생각, 투자자일 때 생각, 실업자일 때 생각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대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는 기본적 노력이 필요하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공론의 장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공화국이다.
각자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우리는 시민사회를 만들었고, 자유시장을 형성했고, 나라라는 공화적 정치체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별명이 '엔진 찰리'였던 찰스 어윈 윌슨 GM 회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상원에서 인준 청문회가 열렸다. 의원들은 'GM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미국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그런 일 자체가 발생할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은 것이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해충돌 자체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었다.
찰리는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GM의 중역들을 함께 데리고 입각했다. 이 때 민주당 정치인 애들레이 스티븐슨은 미국이 뉴딜러들(New dealers)에게서 정권을 넘겨받아 카딜러(Car dealers)들에게 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슈퍼자본주의'에 나오는 얘기다.
찰리의 말도 맞고, 스티븐슨의 말도 맞다. 하지만 두 사람 말이 틀릴 수도 있다. 나라와 기업은 같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부분도 있고, 달라야 하는 부분도 역시 존재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기업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사회적 인프라와 교육ㆍ국가안보에는 필수적 요소가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도움되는 것이 기본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각자의 입장에 서서 지나치게 좁은 시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라는 관점에서만 세상을 해석하는 것 아닌가 염려될 때가 있다. 시민은 정치ㆍ경제ㆍ도덕적 시민권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납세의 부담자요, 다른 편으로는 세금의 이득을 누리는 수익자다.
저축자요, 투자자이면서 노동자요, 소비자다, 기업가요, 회사원이다. 이런 관점은 기업이나 정부나 의회도 마찬가지요, 기업인이나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와 의무는 이토록 복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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