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무섭게 이후 등장할 '복병'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성장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고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에 베팅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금융시장에선 정부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현행 제로금리 정책을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을 배경으로 금리가 일제히 솟구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7bp(베이시스 포인트, 1bp=0.01%) 오른 3.90%로 지난해 11월 4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4bp 상승한 1.43%를 기록했다. 단기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전망에 좌우되지만 장기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 전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동향에 따르면 FOMC가 오는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지난주 26%에서 58%로 급격히 상승했다.

또한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매가 발표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수익률도 대폭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30년 만기 고정금리 MBS 수익률은 지난 주말 대비 0.12%포인트 상승한 5.02%로, FRB가 신규 모기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MBS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기 전날인 작년 11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한편 올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온 리보금리도 상승 반전했다. 런던은행간 시장에서 3개월물 달러화 기준 금리는 지난 주말 대비 2bp 오른 0.65%로 지난 3월 10일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아일랜드 은행의 나탈리아 드루즈히니나 금융시장 트레이더는 "시장은 생각한 만큼은 아니지만 리보 선물을 보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실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발언으로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칸 총재는 캐나다 토론토 강연에서 "침체 후 급격한 인플레 위험이 진짜 위험"이라면서 "경제 위기가 끝난 뒤 세계 경제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은 이른 게 아니다"며 향후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는 올해 9월과 10월을 기점으로 내년 상반기에 회복될 것이며,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그러나 "금융권의 재무구조에서 부실을 정리하지 못하면 결코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인플레 경고가 있은 직후 금융시장은 FRB가 오는 2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0~0.25% 수준인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일제히 힘을 실었다.

한편 이날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미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크루그먼은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y)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9월까지 후퇴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경기 후퇴가 공식적으로 올 여름에 끝났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며, 경제여건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이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다"며 "많은 금리격차들이 축소되면서 긴박한 위기는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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