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뭇 남성을 압도하는 섬뜩한 매력과 강인한 흡인력으로 자신과 관계 맺은 남성들을 끝내 파국을 맞게 하는 것이 '팜므 파탈(femme fatale)'의 속성이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에서 '숙명의 여인'이라 불리운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서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클레오파트라' 역시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두 남자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팜므파탈의 속성을 가진다.

클레오파트라는 강대국 로마의 '실세'인 남정네들을 품안에서 가지고 논 '희대의 요녀' 또는 '현실적인 외교전략가'로 평가가 나뉠 수 있겠지만, 이번 공연은 그녀의 '지략'이나 '요망함'과 보다는 한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이집트 왕족이지만 세력이 약했던 클레오파트라는 집권을 위해 강대국 로마의 장군인 시저를 유혹해 그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값비싼 카펫에 싸여 '시저'에게 선물로 보내지는 획기적이고 에로틱한 방안을 생각해낸다.

요염한 춤사위와 눈빛, 오만한 태도와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시저'를 유혹한 클레오파트라는 파라오의 자리에 오르고 '시저'의 아들까지 낳게된다. 이집트의 재물과 시저의 권력, 후계자까지 가진 그녀는 모든 것을 손에 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를 곱게 볼리없는 로마의 공화파는 음모를 꾸며 시저를 암살하게 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권력마저 위태롭게 된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의 뒤를 이을 장군으로 부상한 안토니우스와의 연합을 꿈꾼다. 때마침 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로마는 안토니우스를 금은보화가 넘치는 이집트로 보내고 여기서 클레오파트라는 다시 한 번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를 자극해 전쟁이 일어나고, 이 전쟁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군은 처참한 패배를 당한다.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가 죽었다는 거짓전갈에 스스로 칼에 찔려 목숨을 끊고, 클레오파트라 역시 독사에 물려 자살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시저의 암살과 그의 장례식 부분이다. 희고 붉은 의상의 무희들이 교차하며 칼춤을 추는 장면은 긴장감을 유발하고 뮤지컬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시저의 장례식 장면에서 시신 주변을 빙 둘러싼 주술사들이 주문을 외우며 취하는 움직임들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감흥을 전달한다.

더불어 극은 이집트의 신비롭고 개방적인 모습과 로마 원로원의 정제된 분위기가 대비를 이루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의상과 음악에 있어 이집트를 묘사한 부분이 좀 더 신비로우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라 눈길이 가고, 군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클레오파트라 역할에는 박란과 전수미가 더블 캐스팅됐다. 박란은 성악을 전공한 신인배우로 4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자리를 꿰찬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신선한 마스크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한 여인으로서의 클레오파트라를 잘 표현해낸다.

시저역에는 공형진과 정찬우가 발탁됐다. 공형진은 창법에 있어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노래실력을 선보인다.

극 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안토니우스'역의 조휘다. 뮤지컬 '돈주앙'에서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한 이 배우는 이번 공연에서 첫 주연을 맡아 빛을 뿜어낸다. 혼신을 다하는 진실된 연기로 극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인 '별이되어 사라지네'를 절절하게 연기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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