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펴냄/ 1만5500원

요상한 제목을 단 책이다. 책 제목을 영어로 옮기면 ‘Nudge’인데 본래 사전적 뜻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란다. 그런데 책의 공저자인 탈러와 선스타인은 넛지를 두고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설명한다.

요컨대 넛지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 하겠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맡기는 상황을 단적으로 말함이다. 공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든 세상이 아니라 ‘선택 설계자가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 산다’(16쪽)고 말이다. 말하자면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셈이다.

청계천에는 꽤 많은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우리는 그것을 누군가 놓았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건널지 말지의 선택의 자유는 개인이 누릴 수 있다. 잘못된 장소와 돌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않거니와 애써 그것을 밟고 건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 설계가 비교적 잘 되었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부드럽게 개입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흡족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에 얘기는 확 달라진다.

남자 화장실로 예를 들자. 대개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 조준하는 방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기에 변기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도 곧바로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차마 어찌하지 못해서다. 이럴 때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즉 ‘넛지’가 필요하다고 책에서 탈러와 선스타인은 제안한다.

참고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에서 넛지의 그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 화장실의 모든 남자용 소변기에는 중앙 부분에 검정색 파리가 일테면 넛지 아이디어인데 그려져 있다고 한다. 검정색 파리 때문일까. 남자들의 조준 방향이 차츰 정확해지면서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켰다 한다.(18쪽) 그러니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것이 공저자가 무릇 주장하는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의 좋은 사례이다.

이외에도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개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넛지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찾으면 아마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공공정책을 입안하는 담당 공무원은 물론이거니와 가격과 매출 혹은 마케팅과 인센티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자에게 진짜 보물같은 넛지 아이디어를 수없이 제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심코 펼쳐든 책 속에서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어쩌면 금방 발견하게 될지도….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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