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션 기대가 살아나면서 정책 당국과 투자자들이 조심스럽게 전망을 바꾸고 있다.

주요 IB들의 한국 증시 전망은 상향 조정되고 있고 성장률 전망도 나아지고 있다. 최대한 조심스런 모습이지만,정부와 한국은행 당국자들의 발언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느껴진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을 당연하게 여기던 목소리들도 잦아들고 있다.
 
사실 이번 위기와 대응의 끝을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GDP 대비 부채비율 하에서 터진 버블에 거의 무차별적인 유동성 살포가 이어졌으니 충분히 그럴 법하다. 일반적인 경기 순환기에 통상의 정책이 사용될 때도 경제 전망이 정확하게 맞는 경우란 드문데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전망이 정확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격적인 재정, 통화정책에 따른 리플레이션 기대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경제가 과거와 달리 위기로부터 거뜬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희석시키고 있다. 실제로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50% 이상 올랐고,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제 원유가도 이제 6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늘 나쁜가? 그렇지 않다.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대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과거 유가 상승과 글로벌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 상승을 견디는 수요는 그 자체로 경기 확장 국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버블 붕괴로 끝나긴 했지만, 2007년에도 유가와 주가는 동시에 큰 폭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수요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풀린 돈의 힘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책 당국이 무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가운데 실물 자산 가치에 대한 화폐 가치 하락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반면, 위축된 수요로 경제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시중 자금이 원자재로 몰리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큰 문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그 자체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다른 소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유동성을 공급하던 각국 중앙은행들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그 자체로 새로운 인플레이션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둔화되는 와중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물론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풀린 돈이 중앙은행으로 다시 회귀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크게 떨어진 통화승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게다가 선진국에서는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계속 주목해야 할 변수다. 특히 채권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나, 이를 피하기 위한 유동성 흡수 모두 시장금리를 일정 기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요가 워낙 나빠 물가가 조금 올라도 금리를 조금 올려도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시장금리가 다시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채권 가치 하락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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