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의 풍운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6) 민주당 대표가 끝내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11일 오자와 대표는 "정권을 바꾸려면 지금 자신이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꿋꿋하게 지켜 오던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직을 내놓았다.

◆오로지 "정권교체"=그의 사임 이유는 정치자금 파문이 불거진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24일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관리조직인 '리쿠잔카이(陸山會)'가 니시마쓰 건설(西松)로부터 2003년부터 4년에 걸쳐 총 3500만엔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오자와의 제1비서인 오쿠보 다카키(大久保隆規)가 기소됐다.

오자와는 오쿠보가 기소됐을 당시 대표직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하락해 당 내외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자 그는 "향후 행동의 기준은 중의원 선거의 승리"라며 기존 방침을 번복했다. 결국 자신이 대표직에 머물러봤자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교체 실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 최종 사임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등돌린 민심.. 불안한 민주당=오자와의 사의 표명에 여론은 박수갈채를 보내는 분위기다. 지난 8~20일 요미우리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자와 대표가 대표직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무려 71%에 달했다. 또 "총리에 걸 맞는 인물" 조사에서도 오자와를 지지한 응답은 25%에 그친 반면 아소 총리를 지목한 사람은 40%로 전회조사 때보다 6%포인트나 늘어나 격차는 한층 더 벌어졌다. 여기에 아소 내각 지지율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평가를 받으면서 28.7%로 상승해 한 때 고조되던 사퇴 압력도 꼬리를 감춘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11일자 요미우리 신문 1면 톱에 나온 이 지지율 조사가 그의 사임을 종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민주당은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오자와를 대신할만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없어 향후 당내 혼란이 불가피한데다 맞수인 아소 다로(麻生太郞)가 이끄는 자민당 쪽은 잇따른 경기부양책을 내세워 민심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비서가 체포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난 인물로는 2007년 8월 고바야시 유타카(小林溫) 전 자민당 참의원 의원과 같은 해 10월 고토 마사노리(五島正規) 전 민주당 중원 의원이 있다. 오자와도 이들과 나란히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자민당 반사익 사라져 '허탈'=오자와의 갑작스런 당 대표 사임에 대해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오자와가 사임하지 않았다면 '정치와돈'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민주당에 쏠려 여당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겠지만 그 기대감이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새 대표를 선출해 청렴한 이미지로 밀고 나가기라도 하면 자민당에 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여당 일부에서는 "자민당도 아소 총리를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나오며 경기부양책이 표심잡기에 실패할 경우 여차하면 아소를 총리에서 끌어내린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향후 정국 시나리오는 아무것도 점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면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시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오자와는 누구=47세에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오자와는 1993년 자민당 분열시 지지자들을 이끌고 탈당해 신생당을 결성하고 같은해 8월 비자민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을 발족시켰다. 이듬해에는 새로 결성한 신진당 당수를 지낸 뒤 당을 해체하고 자유당을 창당, 1999년 자민당과의 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2003년 9월에는 자신이 당수를 맡고 있던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병된 후 2006년 4월 이메일 위조 문제로 물러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의 후임으로 당 대표에 취임,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민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 추진한 대연정 구상이 당내의 반대로 좌절되면서 같은 해 11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당의 만류로 끝내 사의를 철회했다.
당시 당내에선 그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했지만 참의원 선거를 대승으로 이끈 능력을 높이 평가해 2008년 9월 실시한 선거에서 무투표로 3선을 따냈다. 오자와 대표는 자신의 꿈이 정권교체인만큼 의원직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차기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오자와의 후임으로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대표와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 대행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