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욕 자극 저가정책 이머징마켓도 넘본다
로버트 라이시 전 하버드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월마트의 저가 정책이 근로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싸다는 이유로 월마트를 자주 찾으면 찾을수록 시간 당 7달러의 푼돈에도 감지덕지해야하는 '힘없는' 노동자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특혜와 시민의 권리를 맞바꾼 셈이다.
어쨌든 저가정책이 월마트를 유통공룡으로 성장시켰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불황에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외면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공략한 것이 월마트의 최대 전략일지도 모른다.
◆저가정책으로 일어서
1962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작은 잡화점으로 출발한 월마트는 2007,8년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엑손모빌에 밀려 2위에 올라 3연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바야흐로 '월마트 천하'가 아닐 수 없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업체가 불황에 돋보이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는 점. 2007년 성장정체의 위기를 맞이했던 월마트는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되살아나더니 지난해에는 매출 4056억 달러, 순익 134억 달러를 올렸다. 2월 미국 소매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삭스와 같은 고급백화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 하락한데 반해 월마트는 5.1%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싸기' 때문이다. 초창기 월마트는 바코드 시스템, EDI(전자데이터 교환) 등 전자상거래 기법을 도입, 철저한 재고관리로 가격을 낮췄다. 월마트는 재고관리를 위해 전용 인공위성까지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한때 월마트의 저가정책은 위기를 맞이했다. 창립 45주년을 맞은 '중년'의 월마트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도태되기 시작한 것. 2007년 1월~9월 점포당 매출 증가율은 1.3%로 경쟁업체인 타깃(4.6%), 코스트코(6.0%)에 크게 뒤쳐졌다. 이후 경제위기가 오기까지 1년 남짓 기간 동안 월마트는 전략을 수정, 중산층을 공략했지만 이는 기존 고객 이탈로 이어지는 진퇴양난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불황이 호기, 이머징 마켓 공략 박차
월마트를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다름 아닌 불황 그 자체다. 물론 기회를 놓치지 않은 당시 리 스콧 전 최고경영자(CEO)의 발 빠른 대처가 이를 가능케 했다. 그는 2007년 8월 IR설명회장에서 "다가올 혹한기를 준비하기 위해 전 사업부문을 점검하는 중"이라 밝혔다. PB제품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즉석식품, 청과를 취급하는 소형매장을 확산시키는 선제적 대응을 펼친 결과 월마트는 강자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독자 푸드브랜드까지 론칭, 가격을 일반 제품의 절반 이하로 끌어내렸다. 월마트의 장기인 저가 전략이 다시 빛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웰빙'트렌드가 전세계를 휩쓸어 월마트를 곤란하게 했다. 이 때문에 월마트는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에는 칠레의 유통업체 서비시오 D&S를 인수하면서 신흥 지역 개척의 포석을 마련했다.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유통ㆍ무역 단체에도 가입하는 등 사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올 2월 새로 부임한 마이크 듀크 신임 CEO가 해외사업 담당 부회장 출신이라는 사실은 월마트의 해외진출 의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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