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막대한 저임 노동력과 자본 혁신에 쏟아 부어 … 싱가포르, 일부 분야에만 혁신 투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요동치는 요즘 세계 각국은 서로 경쟁하듯 독창적인 연구개발(R&D) 모델을 고안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덕에 기업들은 많은 인재가 집중되고 언제든 자원을 구할 수 있는 양질의 환경이 갖춰진 나라에서 각종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첨단 기술 관련 '신생 기업'이 핀란드의 헬싱키, 싱가포르, 중국의 상하이 같은 혁신 중심지로 진출하면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할지 모른다.
여기에는 풍부한 인적 자원 및 자본이 있고 R&D와 관련해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데다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며 전문 설비까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R&D 전략 모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혁신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존 카오는 비즈니스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3월호에 현재 각광 받고 있는 R&D 전략 모델 4가지를 소개했다.
카오 컨설턴트는 무엇보다 기업이 세계의 혁신 중심지에 연구소나 마케팅 거점을 마련하기 전 각광 받는 모델 가운데 무엇이 자사에 가장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겠다면 각 모델의 핵심 요소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집중화 공장 모델='집중화 공장'은 1974년 생산ㆍ경영 전문가 위크 스키너가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제조업과 관련해 몇몇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체제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대위기에 대비해 새로운 해법 찾기 차원에서 인프라와 양질의 노동력을 한 데 조합하는 것이다.
일례로 싱가포르와 덴마크는 일부 산업과 R&D 분야에만 혁신 투자를 집중시킨다. 특히 싱가포르는 생명과학, 청정기술, 디지털 미디어 부문의 R&D 자금을 더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이들 부문에 대한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6%를 차지한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는 2010년까지 3%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외국 기업 유치 차원에서 감세 및 첨단 인프라 제공 같은 혜택을 부여하고 전문기술 인력을 훈련시키며 R&D 비용 중 최고 40%까지 보조한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노바티스의 R&D 센터를 '바이오폴리스'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폴리스란 2003년 19만㎡ 부지에 세운 생의학 연구단지다.
◆무차별 공격 모델=무차별 공격 모델이란 막대한 저임금 노동력과 자본을 혁신에 마구 쏟아 붓는 것이다. 이는 중국ㆍ브라질ㆍ인도에서 볼 수 있는 모델이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오는 2020년까지 자국을 혁신이 주도하는 나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현재 엄선한 10개 대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많은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2002~2005년 중국의 고등교육 기관이 2000개에서 4000개로 배증한 것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중국의 무차별 공격 모델을 대변하는 부문이 자동차 산업이다. 현재 중국에는 자동차 관련 기업이 50여 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도태될 게 뻔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최근 중국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BYD에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버핏이 중국의 R&D 산업에 내재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할리월드 모델='할리월드 모델'이란 작가 리처드 플로리다의 이른바 '글로벌 창조 계급'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참신한 기업인들이 한 공간에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그 공간은 생각하는 게 비슷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서게 된다.
1990년대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 인도의 벵갈루루, 핀란드의 헬싱키, 캐나다의 토론토가 할리월드 모델을 택했다.
일례로 인도는 세계의 '후선 지원 부서'에서 세계의 '혁신 중심'으로 변모해왔다. 인도가 이렇게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은 인도 공과 대학(IIT)의 우수한 졸업생들을 미국 스탠퍼드 대학 및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하고 현재 서양에서 잘 나가는 인도인들과 짝 지어준 결과다.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기술 전문 업체로 이미 두각을 나타낸 인도인 기업가들은 사업상 고국과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 이런 식으로 인도의 창조 계급은 좀더 강한 영향력을 키우고 한층 글로벌화하며 한 단계 높은 첨단 기술을 습득한다.
일례로 타타그룹은 정보기술(IT) 개발 업무 중 일부를 남미의 칠레ㆍ에콰도르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2005년에는 칠레 소재 금융서비스 아웃소싱 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타타그룹은 후선 지원 업무를 해외에 아웃소싱함으로써 가치사슬(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한 제품으로부터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구성 과정)이 향상됐다.
◆대규모 생태계 모델=이는 투자기관ㆍ연구소ㆍ기업ㆍ학교로부터 공동 협력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핀란드다.
핀란드의 혁신 시스템은 옛 소련 붕괴로 1991년 발생한 경제적 격변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당시 핀란드의 대외 무역 규모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경기가 침체에 빠지게 됐다. 죽다 살아난 핀란드는 교육ㆍ과학ㆍ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혁신 능력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핀란드의 혁신 시스템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ㆍ감독, 민관의 공동 참여로 특징지을 수 있다. 정부는 민관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한 부문에 기금을 유연성 있게 투자한다. 기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테케스와 시트라다. 테케스는 국립 산업 R&D 펀드, 시트라는 국립 혁신 펀드다.
혁신에 대한 핀란드의 전체론적 접근법이 가장 잘 투영된 것으로 오는 가을 문 여는 알토 대학을 꼽을 수 있다. 알토라는 대학 이름은 핀란드의 전설적인 건축설계사 알바 알토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혁신 대학'으로 곧잘 불리곤 한다.
알토 대학은 헬싱키에 있는 기존의 경제 대학, 미술디자인 대학, 공과 대학이 통합된 것이다.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신규 펀드로 설립될 알토 대학은 상용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한몫할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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