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성 양적지원 지양···옥석가리기로 변화
올해 신규 중기대출 목표 50조원도 수정 불가피


은행권에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연일 주문하던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파른 중기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데다, 양적 지원만으로는 효과적인 옥석가리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일 "향후 중기 대출 확대보다는 증가율 감소 속도를 늦추는 '소프트 랜딩'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대출의 순증(純增) 규모 등 양적 증대에만 주안점을 두지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중기정책 방향 선회는 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른 은행 건전성 악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우선 배경으로 꼽힌다.

중기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말 2.67%까지 치솟으며 3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 12월말 1.70%에서 1월말 2.37%로 2%대에 진입한 이후 두달만에 1%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대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대출 연체율 급상승이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며 잠재부실 리스크가 커질 경우, 효과적인 정책 집행도 지속되기 어렵다는게 금융당국의 분위기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양적지원 확대를 지양하고 건전성 관리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는 급격한 신용경색 국면에서 실물부문에 대한 충분한 양적지원 확대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실물부분에 대한 지원을 보다 정교히 함으로써, 양적확대가 금융기관 건전정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건전성 지표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도 이같은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대출 확대만 추구하다보면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지원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당초 목표로 했던 중기 대출 목표치를 수정해야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초 올해 은행권을 통해 중소기업에 50조원의 신규 자금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반기에 30조원(60%)를 풀겠다는 방침이었다. 목표대로라면 상반기에만 월평균 5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이 풀려야하지만, 올해 3월까지 은행권의 월평균 중기대출 순증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목표치의 60%선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올초 목표로 했던 중기대출 지원금액을 채우는 것에 목멜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대출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양적 확대에만 주력할 경우 효과적 구조조정을 실기(失期)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