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해소 이후' 막연한 시점
거꾸로 법 '글로벌 IB' 발 묶었다


#1.A증권사 관계자: "자본시장법이요? 법만 시행되면 뭐 합니까? 사실상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2.B증권사 관계자: "밖에서는 천지가 개벽했다지만 사실 안에서 보면 무엇이 바뀌었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자본시장법 시대는 아직 요원한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2개월. 금융투자업간 벽을 허물고 글로벌 IB를 육성한다는 포부 아래 자본시장법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정작 현장은 어떠한 변화도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자본시장법이 '거꾸로법'이라는 불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신규 상품 출시가 급감한 것은 물론 새로운 사업 진출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내선물업 마저 기존 선물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증권사에게는 불허키로 해 자본시장법에 대해 증권가의 적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신(新)사업 어찌하오리까=자본시장법 이후 활발히 전개될 줄 알았던 증권사들의 신사업이 속속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장외파생업을 비롯한 리스크가 큰 부문에 대한 사업에 대한 인가 검토시점은 올 연말 '금융위기 해소 이후'로 미뤄졌다. 그동안 신규사업을 준비해 온 증권사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장외파생상품 매매ㆍ중개업, 투자매매ㆍ중개업과 집합투자업 겸업 등 신사업에 대한 인가는 장기간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향후 신사업 인가시 자칫 불이익을 받을까 쉬쉬하고 있지만 당장 이와 관련한 인력과 자금에 많은 돈을 투자한 터라 관련사업이 미뤄진 데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장외파생업을 준비해왔던 한 중소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해소 이후라는 시점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막연하게 기다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비용을 쏟아 버렸다"고 토로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그동안 선물업 겸영을 준비해 온 대형사 역시 애간장을 끓이기는 마찬가지. 선물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형사들은 상반기까지는 아예 선물업 진출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허용된 장내선물업의 경우도 허가 여부면에서 확신이 서지 않는 단계라고 증권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채권은 열중…IB는 실종=자본시장법 이후 눈에 띄는 것은 증권사들이 채권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 반면 글로벌 IB 육성을 위해 도입한 자본시장법 시행 후 되레 IB 강화를 내세우는 증권사를 찾아보긴 힘들어졌다. IB를 위한 필수 요소인 자본 확대 및 M&A를 통한 대형화, 자금 조달 활성화 관련 조항이 빠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IB무용론까지 나온 것도 증권사들의 IB 전략을 유보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자본시장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채권 인수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M&A를 비롯 IPO, 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며 단 다수의 증권사들이 1~2건의 자문이나 주관실적을 기록하는 한편 실적이 전무한 증권사들도 많았다.
 
반대로 어려운 시장 상황인데다 낮은 금리 덕을 보기 위한 채권 발행과 인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규모는 8조2000억원. 지난 2001년 12월 8조5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채권 인수 부분 1위를 차지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은행채를 제외하고 총 3조340억원 어치의 채권을 인수, 점유율 11.25%로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증권사들은 올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회사채 인수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M&A나 IPO의 경우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해나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금융위기가 지나고 시장이 풀리면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하나대투증권과 KB투자증권이 '처음처럼'을 생산ㆍ판매하는 두산 주류BG 딜(5030억원)에 각각 매각 재무자문과 인수 재무자문을 담당해 M&A시장에 안착, 눈길을 끌었다.
 
◆차이니스월도 사실상 무용지물= 자본시장법 시행 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차이니스월(정보교류 차단장치)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차이니스월(chinese wall)을 통해 금융투자회사 내 사업부문간 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원래 목표지만 현실상 차이니스 월의 제대로 된 적용이 힘들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글로벌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명히 필요한 법이지만 알맹이가 빠져버린 것이 문제"라며 "투자자보호와 함께 신사업 인가, 신상품 출시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며 차이니스 월에 대한 문제 등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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