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안전했어야할 보험을 헤지펀드처럼 운영하다 이 꼴이 됐다”
미국인들의 혈세를 빨아먹는 세금 핵폭탄이 된 미국 보험사 AIG를 두고 벤 버냉키 FRB의장이 한 말이다.
AIG는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무책임한 베팅을 하다 대규모 손실을 냈다. 리스크 높은 투자를 일삼다 결국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런 지적은 비단 보험사 AIG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고 해서 무책임한 배팅을 건 투자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 특히 무책임한 투자는 감독과 감시의 부재의 틈을 타 더욱 횡횡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 역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1998년 몰락한 미국 대규모 헤지펀드 LTCM이 사용했던 파생상품 평가모델은 A급이었다. 이 모델을 만든 사람은 ‘파생상품 가치 결정에 대한 공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LTCM이 몰락함으로써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파생상품이라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상품들이 많아 금융업계 전문가들도 자기가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규제하는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헤지펀드 규제를 비롯한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EU(유럽연합)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 오는 4월초 영국 런던에서 열릴 G20(주요20개국) 회의에서 이를 주요 의제로 삼을 태세다.
헤지펀드의 복잡성을 줄이고 보다 엄격한 관리 감독을 통해 이를 규제하자는 것이 요지다. 헤지펀드가 폭탄이 돼 돌아왔을 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결국 국민들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정당성은 충분하다.
이미 이루어졌어야 할 규제와 감독이 내용과 파급력에 대한 무지로 뒤늦게 이루어지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반드시 헤지펀드 규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말은 작은 일 때문에 큰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 사용하는 말이다.
미국 정부가 보험을 헤지펀드로 운용해 결국 위기를 불러왔다며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형 헤지펀드가 파산하거나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도산위기를 불러온다면 이는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금융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거대 보험사의 부실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미국인들의 세금이 수혈되고 있어 이같은 일이 번복되지 않기 위해 규제를 세우는 것은 맞는 일이다.
포괄적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일이 터지고 난 이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지만, 금융감독 규제를 사실상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운용돼 온 헤지펀드만의 본질은 지켜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헤지펀드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의 순기능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이 유동성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악화에 직면했다. 때문에 유동성 공급원 차원에서의 헤지펀드 규제 강화는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경제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에, MF글로벌의 헤지펀드 부문 존 브래디 부사장은 "이같은 정책은 포퓰리즘에 영합한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다.
또, 헤지펀드 매니져들이 개인적인 트레이딩 전략을 당국의 관리 감독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오히려 비금융권에서 헤지펀드 전략을 따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헤지펀드 규제 강화는 국내 금융시장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의 고유성을 지켜줘야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도 선진 헤지펀드 전략을 배우기 위해 특별팀을 구성하는 등 헤지펀드 도입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한단계 도약을 기대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맞게될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미국 헤지펀드의 규제 강화로 도입초기부터 혼란을 일으키지 않아야 된다는 점에서도 미국 정부는 헤지펀드 규제를 강화하기 이전에 근본적인 해결책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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