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 특히 프로 선수에게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일은 위험을 동반한다. 대회 중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에빠져들기라도 하면 국내 리그로 돌아가 고생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 메달을 목에 걸기 원한다. 훌륭한 성적을 내면 국가 위상을 널리 떨칠 수 있을 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명예를 거머쥘 수 있어서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대학에서 스포츠 행정을 지도하는 한 교수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국제대회에 나서는 게 명예임과 동시에 부담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회 중 자칫 부상을 입거나 컨디셜 조절에 실패한 채 돌아오면 치명적인 '후유증'을 감내해야 한다"며 "이밖에 금전적인 문제도 전혀 고려치 않고 몸을 던져 희생하는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것도 나쁘지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돈을 버는 미국 국적의 유명 메이저리거들 중 상당수가 WBC 출전을 꺼린다"며 "그에 비하면 우리 선수들의 애국심은 대단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대표로 선발 돼 국위선양 하는 게 군 복무 못지 않게 어렵고 훌륭한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네티즌은 "어떻게 보면 주요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국위선양이라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라며 "국가적인 책임을 지우기 위해 다른 책임을 좀 덜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국제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부담감이나 패배에 대한 우려, 훈련 강도 등은 군 장병들의 노고 못지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가급적 오래, 여러 번 대회에 나가 국위선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혜택은 불과 1년 뒤인 2007년 병역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사라졌고 새로운 법은 운동 선수에 대한 병역 혜택 기준을 '올림픽 동메달 이상 수상자ㆍ아시안게임 우승자' 까지로 규정했다.
결국 제2회 WBC 대표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돌아가려면 법 규정은 다소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것.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 손을 대가면서까지 대표팀 선수들에게 혜택을 줘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표팀 선전의 가치판단 문제를 떠나 법리적 조건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의 유연성이나 융통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법적 안정성"이라며 "대표팀의 이번 성과가 안정성이라는 조건을 뛰어넘을 만한 것인지는 심사숙고 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쟁점이다. 야구나 축구 등 소수의 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만 병역 혜택 기회가 주어지는 현실이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아닌 국제 대회에서 이른바 '비인기 종목'에 출전해 은메달을 수상했던 한 운동선수는 "일부 종목 선수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건 다소 아쉬운 일"이라며 "혜택을 주려면 '국위선양'의 기준부터 명확히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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