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美자본주의 난관 봉착”

‘자본주의는 실패한 모델인가’

유래 없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규제완화와 시장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한 신자본주의는 물론이고 자본주의 그 자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자성의 목소리는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미국 안팎에서 자본주의 회의론 솔솔 =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 연차 총회에 참석, 세간에 퍼지고 있는 자본주의 회의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한 최적의 모델로 간주돼 온 서구식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극심한 경제 위기로 사람들이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을 '완전한 실패작'으로 보지는 않는다 해도 자본주의 방식이 최소한 큰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사회에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널리 퍼지고 있었는데 최근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은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정치적 안정에도 어두운 전망을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서방국에선 현재의 경제위기를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11일 마무디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열린 경제협력기구(ECO) 정상회담의 개회식 연설에서 “서방국가들의 자본주의가 실패해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미국의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조치가 자본주의의 붕괴를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매커니즘은 도덕과 윤리는 외면한 채 이윤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이고 이로 인한 내부 문제가 곪아 터져 결국 글로벌 경제 위기가 초래됐다는 의미다.

헤지펀드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운용으로 도마에 오른 AIG 등 보험기업들, 빛 더미에 앉아서도 보너스 잔치를 벌인 은행, 규제의 부재와 신용등급을 이용해 방만한 경영을 펼친 금융기업들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 고개 드는 규제의 필요성 = 하지만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회의보다는 신자본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진단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금의 금융위기는 시장만능주의가 부른 재앙"이라며 "앞으로는 지금보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된 자본주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중심주의에서 시장원칙과 정부 규제가 맞물리는 형태의 자본주의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금융 시장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21세기 시장을 20세기식 규제 하에 둘 수 없다”며 “"만약 우리가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보이지 않는 손' 원리를 제시한다면 시장이 회복되고 경제가 되살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정상들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감독과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융기관들을 감시하는 새로운 기구 창설 등을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조세회피처와 헤지펀드, 신용평가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4월 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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