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출입 기자들이 점심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화두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였다.

정부의 경제정책에서부터 법무부 직원들의 일부 급여반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그런데 법무부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지 못하는 서민들이 노역장에 가는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얘기가 오갈 즈음 김 장관이 제안한 몇 가지 아이디어가 귀에 쏙 들어왔다.

김 장관은 "지난해에는 강력한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면 올 해는 따뜻한 법치를 구현하도록 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서민들을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그 예로 꼽은 것이 같은 법규를 위반했더라도 수익이 많은 사람이 벌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

그는 "이건희 (전)회장과 일반 월급쟁이가 같은 종류의 법규를 위반했을 경우 이 회장도 500만원, 서민도 500만원 내면 되겠냐"며 "당연히 수입에 따라 벌금을 차별화 해 서민이 적게 내는 것이 맞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김 장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지방의 1000원과 서울의 1000원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역시 같은 법규 위반이라도 서울과 지방의 벌금 수준은 차이를 둬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얼핏 듣기에는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지만 설득력이 전혀 없는 얘기도 아니었다.

물론 법무부가 이를 실제 정책으로 실현해 나갈 지 아니면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낼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김 장관의 진지한 얼굴 표정을 감안하면 '한 번 꺼내본 얘기'는 아닌 듯 하다.

강력한 법치주의 실현과 정책의 형평성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난에서 적은 벌금에도 가슴 조려야 하는 서민들 위해 부동산세금과 같이 경제적 여건과 지역에 맞춘 '벌금차등납부'도 고려해 봄직 하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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