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전성시대] <4> 공기업서 주목받는 이유
조직 관리 연속성 높아 민간출신 보다 시행착오 최소화
"낙하산 인사·해당업무 전문지식 결여".. 부정적 시각도


MB정부 출범이후 공기업 개혁의 기치아래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지경부 산하 공공기관 67곳중 중 귀에 익은 대형 공기업의 수장은 모두 대기업 CEO 출신이 꿰찼다.

그러나 여전히 30%가 넘는 21곳은 지경부(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퇴직 관료들이 맡고 있다. 옛 재정경제원, 경제기획원, 건설교통부 등을 포함하면 25명으로 총 37%수준이다.

◆관료 기관장…'예산 때문에'
MB정부 들어 불어닥친 '관료 낙하산' 청산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특허청 차장을 지낸 뒤 2008년 지금 자리로 왔다. 이 이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에너지자원학을 전공한 에너지전문가로 최근 MB정부의 녹색성장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조환익 KOTRA 사장도 산자부에서 차관을 지내고 수출보험공사 사장으로 갔다가 지난해부터 KOTRA 사장을 맡고 있다. 박봉규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의 경우 2004년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을 거쳐 대구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뒤 산단공 이사장으로 되돌아왔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지경부 장관 하마평에도 유력하게 오르내렸다.

낙하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속에서도 경제관료들이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특유의 전문성으로 기관의 성격을 탈바꿈하고 성과를 높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환영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H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제관료가 공기업 기관장으로 인기있는 것은 오로지 '예산'때문"이라며 "행시로 연결돼 연속성을 지니는 것도 공기업 입장에서는 든든한 방패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측에서 가장 선호받는 기관장은 관가의 네트워크가 강하고, 예산을 많이 따오되 공기업의 내부 사정에는 밝지 않은 인사다.

사실 공기업CEO로서 처신하기란 쉽지 않다.
"민간기업 사장으로 지낸 30년보다 공기업 사장으로 지낸 3년이 더 힘들었다"
한 민간출신 공기업 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취임 초 해외 출장을 갔다 왔더니 여기저기서 뭐하고 왔냐고 엄청나게 물어왔다"며 취임 1년차때 달랑 3번을 끝으로 해외출장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고 했다.

단편적인 예지만 이처럼 공기업 기관장은 틈만 나면 체크당하고 훈수(?)듣기 일쑤여서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민간출신 공기업 기관장은 아예 돈과 관련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법인카드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개인카드로만 모든 비용을 처리했다고 할 정도다.

◆'갑'에서 '을'로…후배 눈치도
관료 출신도 예외는 아니다.
"국장때는 신경도 안 쓰던 사무관 눈치를 봐야 한다. 이것저것 부탁하고 일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어쩔수 없다" 경제관료 출신의 한 공기업 기관장의 고백이다. 출신성분을 막론하고 산하기관들은 일단 '을'의 입장에서 '갑'인 경제부처 말을 경청하고, 따라야 한다는 것.

관료조직은 행시기수로 나뉘어진 서열문화와 패거리 문화가 뿌리깊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퇴임을 2~3년 앞두게 되면 연공서열보다도 자신들이 갈 자리를 결정하는 '후배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관료의 강점(?)이기도 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민간에서 데려 오려해도 워낙 인재풀이 좁고 연봉차이가 많이 나 쉽지 않다"며 "민간 출신은 무조건 기존의 것을 뒤집으려고 해 내부적인 트러블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경영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관료조직이나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효율'이 아닌 '역할'에 방점이 찍혀있는 게 사실이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경우 자기가 맡은 한 분야만 계속하면 된다"며 "의사의 경우 얼굴에서도 눈과 코 담당하는 의사가 완전히 다른 반면 관에서는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보는 훈련을 많이 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 민간기업 CEO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최근 급증한 '정치인 낙하산'에 비하면 되레 관료 낙하산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낙하산은 정부나 외부기관과의 업무 조율에는 능하지만 전문성은 물론 조직관리의 노하우가 떨어져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 공기업 사장은 "난 낙하산이 맞다. 해당 업무도 잘 모른다. 하지만 사장이 다 알고 챙겨야 하나. 공기업 조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CEO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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