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32개국에서 고정 시청자 2000만명을 확보한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의 진행자'.
 
미국을 대표하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에게 항상 따라 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미디어 그룹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연간 매출 규모 3억달러가 넘는 하포그룹의 CEO로 지난해 개인 재산 27억달러를 보유한 미국 155위의 부호에 오르기도 했다.
 
23년 전 시작한 토크쇼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 쇼'가 그에게 꿈을 안겨줬다면 오늘날 그는 하포그룹으로 꿈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을 강조하는 감성 경영=윈프리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그의 방송과 비슷하다.
 
윈프리가 시카고 WLS-TV에서 '시카고의 아침'으로 서서히 명성을 쌓아갈 무렵 사람들은 그를 CBS '필 도나휴 쇼'의 필 도나휴와 비교하곤 했다.
 
당시 도나휴는 방송 화법의 표준이자 교과서적인 존재였다. 신출내기 윈프리가 그의 아성을 깨는 것은 불가능할 듯했다. 하지만 도나휴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정보 전달을 위주로 방송했다. 윈프리는 도나휴와 차별화한 자신만의 방송 패턴을 만들었다. 이윽고 윈프리는 높은 시청률로 도나휴를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윈프리 자신만의 방송 패턴이란 '자신의 약점까지 노출시키는 한이 있어도 비밀을 먼저 털어놓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쇼에서 엉엉 울며 성적으로 학대 받은 경험과 마약을 복용했던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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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인터뷰 대상자는 다른 방송에서 결코 입 밖에 내지 않던 자신의 진심을 윈프리가 진행하는 쇼에서만 보여준 것이다.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물론이다.
 
윈프리가 회사를 꾸려가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교과서적인 경영기법으로 딱딱하게 회사를 이끄는 타입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며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끌어 나아간다.
 
윈프리가 1986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세운 미디어 업체명은 자신의 이름(Oprah)을 거꾸로 한 하포(Harpo)다. 그가 감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윈프리는 "경영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어떤 일이든 핵심은 사람이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지름길을 가슴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영에서도 육감을 따른다"고 말했다.
 
감정을 다루는 것은 윈프리의 장기이기도 하다. 윈프리는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윈프리는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멀티미디어 플랫폼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OWN)'의 전문 경영인으로 크리스티나 노먼 전 MTV 회장을 지난달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OWN은 윈프리의 하포그룹과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가 50 대 50으로 투자해 만든 합작사다. 윈프리는 "'바보상자'가 아닌 감수성 풍부한 TV 채널을 만드는 게 15년 전부터 품어온 꿈"이라고 밝혔다.
 
윈프리는 OWN이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미디어 업계에 17년이나 몸 담은 '시청률 마법사' 노먼을 영입하는 데 크게 공 들인 것은 그 때문이다.
 
OWN이 발족하면 윈프리는 하포 필름ㆍ라디오ㆍ스튜디오를 비롯해 오프라 스토어, 오프라 윈프리 재단까지 거느린 거대 그룹 수장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된다.
 
하포그룹은 2005년 2억9000만달러, 2006년 3억2500만달러, 2007년 3억4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경기침체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배신감에 쓴 맛도=윈프리는 방송에서 지나친 솔직함으로 구설수에 오르듯 경영에서도 자신의 육감과 감정만 중시하다 쓴 맛을 보기도 했다.
 
1994년 '데브라 디마이오'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디마이오는 윈프리가 볼티모어 방송국에서 일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제작 분야 최고 책임자였다.
 
윈프리는 디마이오의 생일에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선물할 정도로 그를 절대 신임했다. 한 번 신임하면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것이 윈프리의 스타일이었다.
 
시카고 스튜디오에서 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세 명이 퇴사한 바 있다. 당시 직원들이 디마이오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했을 때도 윈프리는 그만 감싸고 돌았다.
 
사람들이 디마이오에 대해 "독단적인 성격으로 직원들에게 인격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고 성토했을 때 윈프리는 "당치 않다"며 응수했다.
 
갈등이 더 커지고 격론 끝에 디마이오가 퇴사하고 나서야 윈프리는 자신의 오류를 깨달았다. 그는 이후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윈프리는 "방송이든 경영이든 사람이 핵심"이라며 인간에 대한 자신의 직관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유효한 듯하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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