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화 묵은숙제 '와인'으로 풀었다

'한국판 보르도를 꿈꾼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일, 충북 영동의 와인제조장은 설 대목을 맞아 주문 폭주로 직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칼바람을 피해 수백개의 대형 오크통들이 즐비한 지하창고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이내 취기가 돌았다.

이곳에서 프랑스의 고급와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세계 최고 와이너리로서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 듯 했다.

충청북도 영동군은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 과수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과수특화 지역이다. 특히 포도는 지난 2005년 농림수산식품부 주도의 지역농업클러스터 사업단지로 선정된 후 영동군은 단순한 포도집산지에서 연간 1000억원의 소득을 가져다주는 지역전략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클러스터로 '포도 혁신'=영동포도는 지난 한해 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4만2000여톤 생산, 955억원의 소득을 창출했다. 이는 포도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과수재배 농가 5곳 중 3곳은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전속도가 더뎠던 이유는 생식을 중심으로 하는 1차산업 위주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원근 영동포도클러스터사업단 사무관은 "외국은 생식용이 20% 미만이지만 우리나라는 97%에 달한다"며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공비율을 높여 2ㆍ3차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생산기반 확충과 신제품 개발로 가공용 포도의 수매량을 30%까지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마을마다 프라이드가 워낙 강해 '영동포도'라는 이름보다 각 마을단위의 유통을 선호, 유통업자와의 힘겨루기에서 항상 질 수 밖에 없었던 구조도 개선했다.

2005년 영동군 공동브랜드 '메이빌(May Vill)을 개발, 농협연합사업단을 통해 포도박스에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막강한 유통라인이 구축된 이후 영동포도는 2007년 10만달러 어치가 미국에 수출됐으며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0배에 달하는 93만달러 수출 성과를 이룩했다. 미국 최대 농산물 유통업체 '그린랜드'와 2013년까지 800만달러 수출 협약을 맺은 상태다.


◆고용창출 어떻게 =영동에는 영동 포도만으로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는 와인공장 '와인코리아'가 있다.

25명의 정직원이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와인코리아는 이같은 명절 특수로 일손이 딸릴 때에는 지역신문 등에 공공를 내거나 지인을 통해 70~80명의 비정규직원들을 추가 고용한다.

여운신 부사장은 "와인트레인 운영 등을 포함해 작년 매출이 60~70억원에 달한다"며 "올해는 8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며 필요시 정규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은 와이너리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다. 8명의 정규직원이 포도즙, 포도잼, 포도식초 등 각종 포도가공식품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영동대벤처식품(주)는 충북 제1호 실험실벤처기업으로 지난해 28억의 매출을 달성했다.

서명수 관리팀장은 "지인을 통해 고용한 지역주민들이 3주 전부터 일하고 있다"며 "포도철, 명절 등 일손이 모자랄 때는 30여명 정도를 고용해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영동포도클러스트사업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영동대학교는 '포도가공 벤처플랜트'를 설립, 실력있는 연구원들을 육성해 기술개발, 체험,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2005년 신설된 포도가공식품학과는 50여명의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전공을 살려 와인을 비롯한 각종 외식업체ㆍ주류, 양조회사 ㆍ발표식품회사 등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육철 사업단장은 "작은 와이너리 100개 정도를 만들어 영동지역을 국내에서 유일한 와인제조 지역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 기차 투어, 워싱턴주 와이너리 유람선과 같은 관광사업도 병행한다면 고용창출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설립 당시부터 영동대벤처식품(주)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 모씨(47)는 "젊은이들이 많이 없어 우리같은 농업종사자들의 정년이 길어졌다"며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

영동포도클러스트사업단은 포도산업 확장에 따른 고요인구 증가로 2015년까지 장기개발계획에 의해 5788명, 영동농공단지에서 1623명, 대학관련 부문에서 741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영동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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