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작업이 우려대로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채권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 완료시한인 16일까지 1차 분류작업을 벌인 결과 건설·조선사 중 퇴출등급(D)으로 판정난 곳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평가대상 건설업체 92곳 중 워크아웃 또는 퇴출대상인 C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곳은 10%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본지가 증권사와 공동으로 재무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20% 정도가 C등급 이하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이날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분석' 보고서에서 13곳이 C등급, 3곳이 D등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를 감안하면 주채권은행들이 비재무항목에서 가산점을 후하게 주면서 일부 건설사들의 등급을 승격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조선사 역시 평가대상 19곳 중 C등급 이하가 3개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들은 자체적으로 1차평가한 자료를 토대로 23일까지 다른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명단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채권은행간 평가 결과가 현격히 다를 경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은행 여신담당부장은 "주거래기업 뿐만 아니다 여신이 있는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평가를 해놓고 있다"며 "자체 평가 결과와 주채권은행의 평가와 어긋날 경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구조조정은 주채권은행이 산정한 등급에 대해 다른 채권은행들의 이의가 없으면 그대로 확정되지만 신용공여액 25% 이상의 은행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채권은행협의회가 구성돼 조율에 나선다. 하지만 협의회 결과에 대해서도 일부 은행들이 반발할 경우 뚜렷한 강제수단이 없다.

채권금융기관간 이견을 조정하는 조정위원회가 최근 조직을 확대해 출범했지만, 등급판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조정위는 은행들간의 자금지원에 있어 은행간 분담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기업등급산정을 조율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건설·조선업종 구조조정의 강도가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증권사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예상치에 못미친 구조조정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라며 "채권은행들의 속성상 위험회피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확실한 메시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에따라 채권은행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용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전날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건설·조선업종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구조조정에 임하지 않으면 결국 은행과 은행장 모두에서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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