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디아지오코리라 갈등 일파만파
2000억원이 넘는 세금 추징을 놓고 관세청과 디아지오코리아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이전가격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전가격이 단순히 관세청과 디아지오코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국세를 책임지는 국세청과 외국 본사에서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한국 지사 기업 전체에 해당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입가격 올려도 문제= 한국에서 이전가격, 즉 수입가격 문제에 대해 관세청과 국세청의 견해가 다르다는 게 문제다.
관세청은 이전가격에 대해 정상가격보다 낮은 수입가격으로 신고하면 저가 신고에 따른 차액 관세액의 이윤을 취한 것으로여기고 세금을 매긴다. 반면 국세청은 수입가격을 정상가격보다 높게 신고하는 경우를 문제 삼는다. 수입가격을 높여 제품의 이익률을 떨어뜨리면 경영실적이 나쁘게 나오는데, 이럴 경우 기업이 내야하는 법인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이 제품의 수입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수입관세를 더 내는 게 거액의 법인세를 내는 것보다 부담이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만약 이번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관세청의 주장대로 결정이 될 경우 디아지오코리아는 세금을 내고, 향후에는 수입가격을 올려야 한다. 만약 수입가격을 올린다면 디아지오코리아는 국세청으로부터 조세회피 를 위해 수입가격을 올렸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거나 세금을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점에서 디아지오코리아 건은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외국계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한편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주한EU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 등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여러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가격이란= 통상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각국에 진출한 자회사간 거래, 또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간 거래는 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거래를 하는 기업내 무역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미국 현지 현대차 법인에게 판매하는 것도 기업내 무역의 한 가지 형태다. 기업내 무역 거래는 기업의 자체적인 정책에 의해 가격을 붙일 수 있는 데, 이러한 가격을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이라고 한다.
다국적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금의 종류나 세율이 나라마다 다른 점에 착안해 각국 소재의 관련 업체 상호간에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등을 조작하거나, 세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서 이익을 집중적으로 취득하는 등 가장 유리한 길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로 보여지지만,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전가격은 기업이 시장상황을 왜곡시켜 이윤을 극대화 하거나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요될 소지가 높다는 것. 따라서 각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적 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업의 발목 잡는 일 없어야= 현재 국내에는 9800여개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말 기준으로 이들 외국계 기업이 납부한 관세는 전체 납세액 39조7000억원 가운데 49.6%인 19조7000억원에 달할 만큼 관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관세청과 국세청이 이전가격 문제에 대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서로 견해 차이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안이 단기간에 풀리진 않을 전망이다. 불법 행위를 엄중히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복과세로 인해 기업 활동에 피해를 일으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