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산길 산책기사 29개
AI시대 인재를 알아보는 법
사람을 알아보는 어려움은 시대를 초월한 난제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 '공자'조차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모가 험악하다는 이유로 뛰어난 제자였던 '담대멸명'을 놓칠 뻔했다. 반면 매끄러운 언변만 믿고 '재아'를 신임했다가 훗날 후회했다. 지금 우리는 인재 선발이란 오랜 난제에 새로운 층위 하나를 더해야 하는 시대에 있다. 인공지능(AI)이 지식을 맞춤형으로 생산, 복제하며 모두가 '척척박사
2026.04.17 11:00
'하는' 콘텐츠, 경험 설계자의 시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성공적으로 복귀한 방탄소년단(BTS)은 컴백 프로젝트 중 하나로 극장 공간을 활용한 앨범 체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공연 생중계뿐 아니라 함께 따라 부르며 신곡 앨범을 즐길 수 있는 노래방 컨셉의 상영회, 한국 전통놀이 팝업 공간, 앨범 비주얼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의 변화다. 시즌이 시작된 프로야구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6.04.16 19:27
벚꽃을 칭송한 시인 하우스먼 이야기
벚꽃이 한창이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너무나 아쉽게도 빨리 져버린다는 점에서 벚꽃은 청춘을 닮았다. 인생을 사계절에 대응해 봐도, 벚꽃 피는 계절은 딱 청춘의 시기와 일치한다. 매년 벚꽃을 볼 때마다 나는 영국의 시인 '하우스먼(Alfred Edward Housman·1859~1936)'을 떠올린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나무가 벚나무라고 예찬한 그의 시 때문이다. 시는 다음과 같다. 가장 예쁜 나무 벚나무 / 가지
2026.04.03 11:33
삶의 한 주기에서 새 기운을 얻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작업을 이어온 극단들이 창단 이후 지나온 세월을 기리는 공연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극단 노을은 창단 20주년을 맞아 대표 레퍼토리 '왕은 죽어가다'(이오네스코 작·오세곤 연출)를 연우무대에 올렸다. 경계없는예술센터도 20주년을 기념해 2인극 시리즈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대표작 '어떤 내기'(체호프 원작·윤기훈 연출)에 이어 2월에는 신작 '부재중 만남'(윤기훈 작·연출)
2026.03.27 11:02
자기만의 삶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시대
최근 충주시 유튜브 담당자였던 '충주맨' 김선태 전 주무관의 독립이 화제다. 충주시 유튜브는 2019년에 개설돼 1년 만에 구독자가 10만명을 돌파하고 매년 거의 10만명씩 늘었다. 올해 초에는 약 100만명에 이르렀다. 김 전 주무관의 재치 있는 영상들 덕분에 이룬 성과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화려한 이력에도, 김 전 주무관은 얼마 전 공무원 직위를 내려놓고 개인으로 독립했다. 그리고 곧바로 개인 채널을 만들었다. 이 채널 역
2026.03.20 11:01
인생 2막에 읽는 인생문법
요즘 출판가엔 '오십에 읽는 ○○'이라는 제목의 고전 재해석서가 넘쳐난다. 왜 삼십이나 사십이 아니라 오십일까. 책을 선호하는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라는 인구학적 특성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오십은 퇴장의 예고가 아니라 인생 2막의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휩쓴 키워드는 '저속노화' '안티 에이징'이었다. 노화를 늦추고 생물학적 시간을 붙잡겠다는 관리 전략이다. 그러나 오십 이후에 정작 필요한
2026.03.06 10:26
AI는 콘텐츠의 연금술사가 될 수 있을까
"AI 덕분에 누구나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 드웨인 코 레오나르도AI 총괄이 CES 2026 디지털 할리우드 리더십 세션에서 한 발언이다. 인공지능(AI)은 이제 실험 대상을 넘었다. 장편영화 '중간계', 애니메이션 '캣비기'처럼 AI를 본격 활용한 상업 작품이 등장했고, 주변 정보에 맞추어 대화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게임 NPC, 등장인물 1인만 뽑아낸 영상 버전, 언어장벽을 낮추는 번역과 입 모양까지 맞춰주는 더빙 등 다양한 형
2026.03.02 15:51
올림픽이 끝나면 '야구 월드컵'이 온다
스포츠 이벤트의 인기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올림픽의 인기는 신군부 시대(1979~1988)에 한껏 고조됐다. 당시 권력자들이 스포츠(특히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국제경기)를 정권 유지의 간접 수단으로 이용한 탓도 있다. 국력과 비례해 선수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실력도 늘면서 성적이 상승한 영향도 있었다. 메달리스트들은 연예인급 인기를 누렸고 그들의 피땀 어린 도전기 하나하나가 '휴먼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주목받으며 전
2026.02.20 11:00
"삶은 크게 노할 일도, 기뻐할 일도 아니다"
추위가 혹독하던 1월 말, 며칠간 일본 도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시아 각국의 전통 연극을 감상하며, 뿌리 깊은 연극의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하고자 노력해 왔다. 올해에는 전통 공연과 일정이 맞지 않아 일본의 현대 연극 한 편을 관람하게 됐다. 현지 기획자들의 추천으로 선택한 작품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나이토 유코가 연출한 '체호프가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
2026.02.13 12:19
소설의 고독에서 북적이는 현실로
"식사 중에 신문을 읽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음식을 먹든지, 소설을 읽든지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없습니다." 철학자 발터 베냐민이 쓴 '이야기꾼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이다. 과연 그렇다. 20대 시절 소설 1000권 이상을 읽었지만, 밥을 먹으면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자취생 시절, 자주 혼자 밥을 먹었지만 그럴 때면 주로 영상을 봤다. 가벼운 만화나 시트콤 같은 걸 보는
2026.02.06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