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우먼톡기사 158개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
방 안은 익숙한 냄새와 빛으로 가득하다. 커피 향과 펼쳐진 책, 그리고 텔레비전 방송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서 있다. 거대한 형상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움찔하다가 이내 눈을 감고 투명 코끼리로 치부한다.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회피 심리의 결과다.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혹 말하는 이가 있으면 이상한 눈으로 그 사람을 쳐다본다. 그 사이 코끼리는 꼬리를 흔들며 유리
2026.04.20 13:27
경험의 밀도가 기간을 압도한다
"왜 저 사람은 계속 기회가 오는 걸까." 채용 현장에서 수많은 후보자를 만나며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비슷한 연차, 비슷한 경력인데도 어떤 이는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고, 어떤 이는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멈춰 서 있다. 청나라 포송령의 소설집 '요재지이'에 나오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처럼 '운'이 중요하긴 하나, 오랜 기간 10만건이 넘는 이력서를 마주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기회는 공평
2026.04.13 11:15
비구니가 된 신데렐라
사람들은 '신데렐라'를 좋아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재투성이 아이라고 부를 정도로 천대를 받아왔지만. 어쩌다 무도회에 나갔다가 왕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되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의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 가장 신데렐라에 가까운 사람을 장희빈으로 고를 수도 있겠지만, 장희빈은 끝내 몰락해서 사약을 받아 죽게 됐으니 완전한 해피엔딩
2026.04.06 11:00
취업은 확률게임, '생신입' 지원 전략
작년에 대기업에 입사했던 한 친구는 이번 상반기 공채 시즌에 다시 지원서를 냈다. 다니는 기업에 만족도는 높지만 부서 배치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목표로 했던 기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입사원을 뽑은 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다녔던 친구들이 더 준비된 인재 같았다"며 "'생(生)신입'은 직무 준비도나 기업 분석 면에서 경험자들보다는 미숙해 보였다"고 한다. 결국 생신입은 20% 정도만
2026.03.30 11:00
로봇이 늘어도 아이가 더 필요한 이유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인간보다 더 스마트한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이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AI를 연구하는 유명한 뇌과학자가 출연해 어느 분야에서든 AI가 인간보다 일을 더 잘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다'는 명제에서 찾는다고 했다. 느낄 수 있는 인간이 없다면 AI는 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고 인사
2026.03.23 11:00
페르시아의 유산과 이란의 내일
어떠한 전쟁도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지금 세계를 뒤흔드는 이란 전쟁이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이유는 치솟는 유가도, 미사일의 위용도 아니다. 폭격 속에서 자식을 잃고, 화염과 연기 속에서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를 폭탄을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평범한 이란 시민들의 고통과 절망이다. 그리고 이란 내부에서 어렵게 자라던 변화의 싹마저 얼어붙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더욱 두렵다. 이란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2026.03.16 11:02
'저몰입' 시대, 조직문화 다시 설계할 때
헤드헌터로서 최근 경영자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자주 듣는 하소연이다. "요즘 직원들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퇴사율이 폭증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스스로 더 해보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한편 후보자들의 이야기는 결이 다르다. "이 회사에서 더 열심히 한다고 제 삶이 달라질 게 있을까요?" 당장 회사를 떠나겠다는 것보다는 조직에 투입할 에너지의 총량을 이미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조용히 남아 있
2026.03.09 11:00
경혜공주, 죽기보다 어려운 삶
경혜공주는 1436년 문종의 적장녀로 태어났다. 그녀가 5살 되던 해, 남동생 단종이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현덕왕후를 잃는 슬픔을 겪었으나 아버지 문종의 지극한 사랑 속에서 성장했다. 1450년 경혜공주는 영양위 정종과 혼인했다. 문종은 딸을 위해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크고 화려한 저택을 지어줄 만큼 공주를 아꼈다. 하지만 문종이 서거하고 어린 단종이 즉위하며 비극이 시작됐다. 수양대군은 왕 주변의 간신들을 제거한
2026.02.23 14:06
너무 잘 쓴 자기소개서, 탈락입니다
사기업 인턴으로 지원하는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다가 '너무 잘 써서' 깜짝 놀랐다. 평소와는 달리 오탈자도 거의 없고, 문장도 비교적 술술 읽히고, 무엇보다 '엄정함' '혁신성'같이 근사해 보이는 단어가 줄줄 나열돼 있었다. '내가 알던 아들이 맞나?'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짐작대로 자소서의 저자는 생성형 AI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재 제공과 초안 작성은 아들이, 교열과 윤문은 AI가 맡았다. 실제 생성형 AI의 작문, 윤문
2026.02.09 11:00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증시가 날아오르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코스피 5000시대를 연초부터 달성하면서 오름세가 거세다. 한편 주식투자 성과가 높아지면서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직장인들의 핵심적인 노후소득인 퇴직연금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86%로 물가상승률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수익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DC의 경우 운용을 잘하는 상위 1%는 수익
2026.02.02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