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 고서 1200권 분석
"불교 상징, 장식 문양으로 수용"

조선시대 책 표지 열 권 가운데 일곱 권에는 卍(만)자문이 새겨져 있다. '주역천견록' 같은 유교 경전과 '동의보감' 같은 의서에도 배열돼 있다.


쌍용능화판 인출본.

쌍용능화판 인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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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은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고서 1200여 권의 능화 표지를 분석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卍자문은 전체 문양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일시적 유행을 넘어 익숙하고 선호된 책 표지 문양이었다.

이 표지는 능화판이라는 목판으로 찍었다. 표지 제작에는 황염(노랗게 물들인 종이), 배접지, 교말 등이 사용됐다. 밀랍으로 문양을 선명하게 하고 광택과 방습 효과를 더했다. 황벽과 치자의 방충·항균 성분으로 책의 보존성도 높였다. 진흥원은 "실용성과 심미성의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책 표지에 卍자문이 계속 쓰인 배경은 고려시대 사경 및 불전 표지 전통과 연결된다. 불경 표지를 꾸미던 기법이 일반 책에도 쓰였다고 추정된다.

능화판, 창녕조씨 지산종택 기탁자료

능화판, 창녕조씨 지산종택 기탁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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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자는 산스크리트어로 스바스티카(svastika)다. 불교에서 길한 뜻을 지닌 상징이자 부처의 경지를 나타내는 불심인(佛心印)으로 이해됐다.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은 조선에서도 생활문화와 공예에는 이런 불교 요소가 이어졌다. 불교 상징에서 점차 길상성과 장엄성을 지닌 장식 문양으로 수용됐다. 반복 배열이 쉬운 기하학적 특성이 더해져 책 표지 문양으로 자주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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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 관계자는 "능화판 문양은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과 미감, 책을 대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며 "卍자문 능화판은 우리 전통문화에 남은 불교적 상징의 사례이자 조선시대 책 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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