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뒤 옛 전남도청 복원 공간 관람
계엄군 진압 앞두고 끝까지 시민들이 항거했던 공간
"광주시민 여러분, 모두 도청으로 나오셔서 학생·시민들을 살려주십시오"
박영순씨 증언 듣고 위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직후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찾아 복원·개관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대통령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민에게 마지막 방송을 했던 박영순 5·18최후항쟁시민동기회 부회장을 만나 "제가 12월 3일에 이 방송을 따라 똑같이 했다"고 말하며 위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광주 옛 전남도청 방문을 마친 뒤 상무관에서 헌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시·추모공간 등으로 조성한 옛 전남도청을 이날 정식 개관했다. 2026.5.1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광주 옛 전남도청 방문을 마친 뒤 상무관에서 헌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시·추모공간 등으로 조성한 옛 전남도청을 이날 정식 개관했다. 2026.5.1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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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본관 앞에 도착했다. 김 여사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현장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동행했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의 진압을 앞두고 시민들이 끝까지 남아 항거했던 공간이다. 200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과정에서 훼손 우려가 제기된 뒤 광주·전남 시민사회와 오월단체의 복원 요구가 이어졌고, 복원추진단의 작업을 거쳐 본관 등 6개 건물이 전시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영희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해설사는 "이곳은 광주시민들이 남으면 죽을 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지켜낸 최후의 항쟁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먼저 본관 1층 서무과를 둘러봤다. 이곳은 당시 학생수습대책위원회와 시민군 상황실로 쓰였던 공간이다. 건물 곳곳에는 계엄군 진압 당시 남겨진 탄흔 의심 흔적과 실제 탄두가 확인된 지점이 표시돼 있었다. 이 대통령은 두 손을 모은 채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고, 김 여사는 곁에 선 김길자 씨의 팔을 잡아주며 이동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서무과 옆 방송실에서 박영순 부회장을 만났다. 박 부회장은 이 대통령을 보자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며 울먹였다. 그는 "계엄군이 도청 안을 다 에워쌌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떨렸다. '이제는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박 부회장은 당시 방송 내용을 직접 전했다. 그는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도청으로 나오셔서 학생, 시민들을 살려주십시오"라고 20분 동안 방송했다고 했다. 이어 계엄군이 가장 먼저 방송실로 들이닥쳤고, 자신은 구타를 당한 뒤 군보안대로 끌려가 고문과 수감 생활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 이후 폭도와 양아치라는 말을 들으며 2년 동안 견뎠고,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서1980년 5월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을 한 박영순 씨와 대화하고 있다. 2026.5.18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서1980년 5월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을 한 박영순 씨와 대화하고 있다. 2026.5.18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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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박 부회장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박 부회장이 직접 쓴 편지를 건네며 "힘드시더라도 직접 꼭 읽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러겠다"며 편지를 받아 즉석에서 잠시 읽었다. 박 부회장이 다시 울먹이자 이 대통령은 그를 안아주며 "제가 12월 3일에 이 방송을 따라 똑같이 했다.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어 옛 전남도청 경찰국 민원실에 마련된 개관 기념 특별전 <5·18 광주, 끝나지 않은 시간>을 관람했다. 전시는 '정보를 남기다', '되살려 간직하다', '잊지 않고 되새기다' 등 3부로 구성됐다. 전시실에는 외신 기사 스크랩, AP통신 텔렉스 원고, '민주수호 전남도민 총궐기문', '민주시민회보', 성명서 등 5·18 당시 기록물이 전시됐다.


현장에서는 당시 국내 언론 보도가 권력의 검열에 가로막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 해설사는 "외신 자료에 비해 국내 기사 자료가 별로 없다"며 "국내 기자들은 보도하고 싶었지만 보도검열관실 등 권력에 의한 검열 때문에 국민들에게 5·18 상황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시민군 투사회보와 외신기자 기록물, 희생자와 유가족의 기억이 담긴 자료를 살피며 5·18 진실을 지켜온 시민들의 노력에 공감을 표했다.


전시관에서는 1980년 5월 행방불명된 아들의 유해를 2002년 DNA 검사로 찾은 이근례 씨와의 만남도 있었다. 이씨는 이 대통령이 전시실에 들어서자 눈물을 흘렸고, 관람이 끝날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해설사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한이 남았고, 그 한을 노래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씨의 손을 잡고 다독이며 위로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마지막으로 상무관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두 사람은 흰색 장갑을 착용한 뒤 국화를 들고 헌화했다. 상무관 정면에는 당시 관을 묶었던 광목천이 걸려 있었고, 단상에는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의 희생과 용기를, 그리고 당신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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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부부는 국화를 올린 뒤 일동과 함께 묵념했다. 현장 안내자는 "5·18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묵념을 마친 뒤 해설자와 악수하고 상무관을 나섰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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