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술-설비-예산 연속 투자 '선순환 구조'로 활로 찾아야
[위기의 에너지산업]②수력·양수발전 국내 현실
국산화 후속 수주 없으면 끝…국내 D사 폐업이 증명
매번 바뀌는 주관사·설계 주체…연속성 없어 '신기루'
화천댐·대청댐 절반의 성공, 나머지 절반은 고사 위기
2013년 이후 13년, 국내 수력설비 국산화 도전은 네 번 이상의 프로젝트를 거쳐 왔다. 그러나 기술은 개발됐어도 기업은 사라지고, 설비는 완성됐어도 후속 수주는 끊겼다.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로 4가지 구조적 원인이 꼽힌다.
우선 원천 설계기술 미확보 및 높은 진입장벽이다. 기존 설비 대부분이 외산 기자재며, 해외 선진 사들은 100년 이상 축적된 설계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기술제휴 계약을 맺어도 핵심 설계 역량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규 댐 건설 제한과 기술 검증 기회 박탈도 한몫을 한다. 국내 중대형 수력 자원은 1980년대에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다. 기술을 개발해도 실제 설비에 적용하고 검증할 무대가 없으면 기술은 성숙할 수 없다.
초기 투자 및 국산화 비용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국산 기자재를 채택할 경우 발주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고, 이는 발주사의 국산화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정부 예산의 연속성 부재가 결국 사업을 어렵게 한다. 국산화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예산이 단절되고 사업 간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술개발이 완료돼도 다음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비 회수 기회를 잃는다.
2013년 이후 네 차례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나, 주관기업과 기술 파트너가 매번 달라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프로젝트별 핵심 기기 설계 주체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다. 즉 기관 간 연관성이 거의 없고 기술개발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가장 뼈아픈 사례는 국내 대표적 수력 발전 기업 D사이다. 전북 임실군 섬진강댐 15MW급 국산화 프로젝트를 수행한 D사는 20년 이상 소수력 발전설비 분야의 선도기업이었으나 기업정보 조회 결과 2025년 7월부로 폐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북 정읍시 칠보 수력발전소 2호기 현대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활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D사의 폐업은' 연속성의 단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행 중인 화천댐 30MW 급수록발전설비는 2026년 말 준공 예정이다. 해외 선진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대기업이 처음으로 중대형 수차 주기기 공급에 참여한 사례다. 그러나 기술 자립으로 이어지려면 이후 1·2호기의 연속 수주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45MW급 대청댐 수력발전설비 2기 중 1기만2022년 완료됐고 나머지 1기의 현대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절반의 성공'에 머문 채 연속성이 끊기면, 또 하나의 D사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신한정공 황영호 대표는 "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기술 개발에 투자한 이상, 개발 결과물을 활용한 매출이 확보돼야 하며, 발전설비 운영사에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관련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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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발전사업자가 사업예산(원가), 고효율 등을 사업 우선순위에 놓게 된다면 기술 자립과 관련 생태계 육성을 위해 지금까지 투입된 정부 예산은 무의미해질 것이다"라면서 "자립을 위한 점진적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한 번의 개발과 시험으로 해외 선진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판단이라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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