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보상" vs "제품가로 달라"…정유사 손실보전 두고 정부·업계 '평행선'
5차 석유 최고가격 또다시 동결에
정유사 손실 보전 기준 논란 '가열'
이달 중 최고액 정산위원회 구성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또다시 동결하면서 손실액 산정 기준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신경전이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했음에도 '원가 산정 방식'을 고수할 경우 실제 손실분을 충분히 보전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2주간 적용될 5차 최고가격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여전히 큰 데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와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누적 손실 규모가 조(兆) 단위로 불어난 만큼, 손실액을 온전히 보전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했지만 보상 기준이 생산원가 중심으로 정해질 경우 시장가격과의 차이에서 발생한 손실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제품가격과 환율 상승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손실 보전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업계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손실 보전 기준에 대한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부와 업계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생산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 보전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 정유사가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 등을 토대로 원가를 자체 산정한 뒤 정부에 제출하면, 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이를 최종 심사·확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회사가 실제 사들이는 가격을 기준으로 손실 보전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등유·경유 등이 단일 공정에서 동시에 생산되는 이른바 '연산품'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제품만의 원가를 따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논리대로 휘발유와 경유 등을 공급할 때 사용하는 기준 가격인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MOPS)을 기준가로 설정하고, 이를 ℓ 단위로 환산한 뒤 최고가격제 시차별 시나리오에 대입해보면 정유사가 입은 손해액은 3조 50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 약 4조 2000억원의 8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생산 원가뿐 아니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실제 부담을 손실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원유 결제 대금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라 환율 상승에 따른 충격도 상당하다"며 "가격 통제로 인해 대규모 외환 차손 및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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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업계는 이달 중 꾸려질 최고액 정산위원회 등을 통해 손실 보전 기준과 규모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손실 보전 기준과 관련해 정부와 이제 막 협의를 시작한 단계"라며 "회계법인 등과도 협의하며 기준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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