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지자체 지방공사, 지역제한 150억원으로 상향
공사실적 부족한 중소 업체 "입찰 문턱 오히려 높아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 경기 침체에 신음하던 지방 건설업계에 '2조 원대 수주 활로'가 열렸다. 정부가 지역 건설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안방 공사'를 수도권 기업 등 다른 지역 건설사에 뺏기지 않도록 제한입찰 문턱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수혜 대상인 지역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양극화만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등 예상 밖의 냉담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방 재정의 선순환' 취지…지역 건설사 2.6조 수주 확대

건설현장 안전 점검하는 모습. 아시아경제 DB.

건설현장 안전 점검하는 모습.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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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지방 공사를 발주할 때 지역 업체만 입찰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지역제한경쟁 입찰' 기준액을 기존 88억 원 미만에서 150억 원 미만으로 상향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개정안이 20일 공포됐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의 지역제한 기준을 기존 10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올리는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4일 공포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역 건설사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지역제한경쟁 입찰은 공사 현장이 소재한 광역지자체에 본사를 둔 업체들끼리만 경쟁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입찰 한도 상향으로 연간 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비수도권 업체들에 추가로 돌아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총 675건으로 역대 최다였으며 이 중 비수도권 소재가 56%(378곳)에 달했다.

"지역 내 상위 업체만 독식"…소규모 업체의 '냉가슴'

정부의 방안 발표 후 5개월 만에 제도가 시행됐지만 정작 수혜 대상인 지역 건설업계의 반응은 예상외로 덤덤하다. 건설 관련 정부 지원책이 시행될 때마다 으레 나오는 '환영 성명'을 낸 곳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건설업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대하는 업체가 반, 우려하는 업체가 반"이라며 "이해관계가 서로 너무 달라서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규모가 영세한 지역 건설사들은 그간 입찰 자격 평가 시 시공 실적 보완을 위해 실적이 좋은 다른 지역 업체와 컨소시엄(공동수급체)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역 제한' 기준이 150억 원 미만으로 확대되면서 다른 지역 업체와의 협업이 어려워져, 입찰에 참여할 기회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통 입찰공고일 기준 10년 이내에 공사금액의 1.3배 실적을 요구하는데, 입찰에 필요한 실적이 기존 약 114억(공기업)~130억 원(지자체)에서 법령 개정 이후 195억 원(공기업·지자체 동일)으로 훌쩍 뛰게 됐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 실적이 넉넉한 상위권 업체들은 단독 입찰로 시장을 독식하겠지만, 시공 실적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은 파트너를 구할 수 없어 오히려 입찰 기회조차 잃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내 '수주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다만 당장은 '지방의 돈이 지방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소규모 업체를 배려하기 위해 실적 기준을 과도하게 낮췄다가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입찰 기준을 손보는 것에도 신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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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의 대전제는 지역 재정의 지역 내 선순환"이라며 "실제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이어 "소규모 업체들이 고사 직전에 몰리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경우, 예규나 지침을 통해 공사 실적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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