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옆집 '외양간 고치기' 외면할 일 아냐"
소비자 신뢰만큼 당국 신뢰 잃은 것도 큰 문제
대미지 크지만…일각선 "예산·조직 쇄신 계기"

고객 297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롯데카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최고경영자(CEO) 해임권고 등 최고 수위의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카드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전업 카드사가 당국 중징계를 받으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절대 사고 내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롯데카드, 기관·CEO 중징계 현실화 유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6일 개최된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감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6일 개최된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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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롯데카드 사이버 침해 사고 제재 안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제재세칙)' 제59조에 따라 최소한 제재심 개최 10일 전엔 수검 기관에 제재 사실에 대해 사전통지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주 롯데카드에 제재안을 사전 통보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신용정보법(신정법),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등을 위반했다. 당국 제재는 여전법과 신정법 중심으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법상 최고 제재는 영업정지 6개월이다. 신용정보법상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롯데카드는 지난 11일 개보법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96억2000만원과 과태료 48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사임한 조좌진 전 롯데카드 대표 등 경영진 제재 가능성도 작지 않다. 퇴임 임원도 위법행위 확인 시 당국 해임 권고, 문책 경고 등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카드가 어떤 법규를 위반했는지가 제재 내용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 사실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체감 대미지 10년 전보다 더 커"

[금융현미경]롯데카드 '최고제재' 가능성에 떠는 카드사들 원본보기 아이콘

롯데카드 제재는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내용은 예상했으나 수위가 높은 데다 타이밍도 좋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지난해 9월 조 전 대표 대국민 사과 및 금감원 현장검사 직후부터 '6개월 영업정지·50억원 과징금'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개보위 과징금 규모는 예상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업권 전체가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위권 회사가 중징계를 받으면서 긴장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과거 카드사 영업정지는 2002년, 2014년 두 차례 발생했다. 2002년엔 무자격 모집인 카드 발급, 길거리 회원 모집 등 위법 행위에 따라 삼성카드와 LG카드(현 신한카드)가 2개월, 외환카드(현 하나카드)가 한 달 보름 영업정지됐다. 2014년엔 롯데·KB국민·NH농협카드 3사가 신용정보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1억400만명의 고객 신용정보를 유출·판매했다가 3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카드 업황이 좋아 당국 징계를 받아도 자본 투입 등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수익성이 좋지 않아 당국 중징계 이후 카드사 스스로 회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카드 사이버 사고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니다"며 "예산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한 번쯤은 (조직을) 흔들어서 다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당국 신뢰 약화도 문제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채석 기자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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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롯데카드 중징계가 현실화하면 카드업권에 대한 당국 신뢰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IT 사고에 대해선 일벌백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악재다. 지난달 20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제1차 금감원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회사가 새로운 전산 프로그램을 적용할 때 테스트를 충분히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신정법 등에 따라 과태료,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앞으로 IT(보안) 투자 등 기본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가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선 금전적 측면에서 확실한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 신뢰를 잃는 것만큼이나 당국 신뢰를 잃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한 번 신뢰를 잃으면 CEO 사퇴, 조직 개편 같은 파격적인 쇄신책을 내놔도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금융현미경]롯데카드 '최고제재' 가능성에 떠는 카드사들 원본보기 아이콘

예산·조직개편 경종 울린 건 긍정적

롯데카드 중징계가 업계 전체의 소비자보호 체계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8일 '신뢰경영 소비자위원회'를 출범했으며 신한카드는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우리카드도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조직 신설을 준비 중이고 KB국민카드는 소비자보호본부를 소비자보호그룹으로 격상했다. 업계 1위 삼성카드도 소비자보호위원회 내 전문가 패널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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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옆집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데 우리 외양간을 안 돌아볼 순 없지 않나"라며 "중징계가 현실화할 경우 역설적으로 당국 정책이 현장에 빠르게 정착되고 소비자 보호 체계가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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