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적인 문화의 미국에서도 '기업의 수도'라고 불리는 주가 있다. 인구 105만명의 작은 주(州)인 델라웨어주. 델라웨어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의 66.7%, 미국 내 신규상장(IPO)기업의 81.4%가 법인을 델라웨어에 두고 있다. 쿠팡 미국 법인인 쿠팡 Inc나 포스코와 KBI그룹의 미국 법인,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법인도 델라웨어에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기업들이 델라웨어를 이탈하는 '덱시트(DExit, 델라웨어와 엑시트의 합성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택스 등 세금 부담 커져
먼저 델라웨어에 있어도 내야하는 세금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부담은 '프랜차이즈 택스(Franchise Tax)'. 사업 형태와 관계없이 법인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델라웨어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법인 존속 세금이다.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은 실제 영업 활동이나 매출이 없더라도 매년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 도 제출하고 프랜차이즈 택스도 납부해야 한다. 유한책임회사 역시 별도의 법인세 대신 연간 300달러 수준의 고정된 프랜차이즈 택스를 낸다.
법인 소득세율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현재 미국 내 44개 주가 법인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뉴저지, 미네소타, 일리노이, 알래스카가 9% 이상을 부과하는 대표적인 고세율 주로 꼽힌다. 델라웨어 역시 이에 버금가는 8.7%의 법인세율을 부과한다.
네바다와 오하이오, 텍사스, 워싱턴 4개 주는 법인세 대신 총수입세(gross receipts tax)를 부과하는데, 델라웨어는 오리건, 테네시와 함께 법인세에 더해 총수입세도 부과하는 3개주에 속한다.
주우혁 법무법인 동인 미국 변호사는 "실제로 한국 클라이언트들에게 미주 진출 시 델라웨어를 더 이상 권하고 있지 않는다"면서 "델라웨어는 더 이상 친기업적인 주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이 델라웨어를 떠나 워싱턴이나 텍사스 등을 새로운 절세의 거점으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얌샘김밥, 디코레(북창동순두부)은 워싱턴 주로, 직기그룹, KCIM, 누비테크, 한국이엔씨는 텍사스로 갔다. 해당 주에서는 법인세를 주에 따로 내지 않는다.
"더 이상 친기업 주 아냐"
델라웨어는 △배심원 없이 기업법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형평법원이 있다는 점 △델라웨어 회사법(DGCL)은 기업들의 유연한 지배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 △법인 등록 서류에 이사나 주주의 명단을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 △주 외부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법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과 판매세(sales tax)가 없고 무형 자산에 대해서도 유리한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선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델라웨어 법원이 예전만큼 친기업적인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약 560억 달러 규모 보상 패키지가 주주의 승인을 받았음에도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테슬라는 이에 델라웨어를 떠나 텍사스로 옮겨갔고, 트럼프미디어도 플로리다로 떠났다. 크고 작은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도 연이어 델라웨어 이탈 행렬에 동참했다.
'덱시트'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델라웨어는 2025년 3월 DGCL를 개정해 이해상충 거래에 대한 법적 책임의 면제를 이사에서 임원, 지배주주까지 확대했다. 또 기업의 장부와 기록에 대한 열람권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로 인해 기업은 광범위한 문서 제출 요구에 따른 부담과 소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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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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