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운임 상승·투자 위축 우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방어주 성격의 업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전쟁 발발 10일이 넘어가면서 물류비 폭등과 투자 심리 위축 등 악영향이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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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제약·바이오산업계 타격은 물류와 원가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항공 운임이 치솟았고, 의약품 운송에 필수적인 콜드체인(저온 유통) 비용마저 덩달아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유가 급등 사태가 겹치며 합성의약품의 기초가 되는 원료의약품(API) 단가 인상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업계 생존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10일 "코로나19와 같이 국가 안보에 이슈가 되는 경우 국제 공급망 자체가 와해되면서 의약품 수급 불균형이 일어났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사태가 장기화하면 필수의약품, 공급 부족 의약품을 중심으로 의약품 공급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수출 측면에서도 최근 중동 의약품 수출이 성장세였는데 항로가 묶여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중동·아프리카 의약품 수출액은 3억8000만달러(약 5500억원), 의료기기 수출액은 4억7100만달러(약 6900억원)에 달한다.

거시경제의 불안정성 역시 제약·바이오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전쟁 장기화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벤처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악재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고위험·고수익 산업인 바이오 섹터로의 자금 유입이 급감하고 있으며, 자금줄이 마른 벤처 기업들은 당장 성과가 나기 어려운 초기 파이프라인 연구를 중단하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는데 사태가 길어지면 원료의약품 수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불안전한 자산인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 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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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 요인은 존재한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달러로 대금을 결제받는 대형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시밀러 수출 기업들의 경우, 환율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되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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