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하나 없던 이 동네, 신월동의 대변신
공항소음·교통불모지 오명 벗고
교육·문화·정비사업 본궤도
이기재 양천구청장 “서울시의 권한 이양 반드시 필요해”
도심과 나란히 있지만 늘 ‘변두리’로 불리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이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지하철역 하나 없는 교통 소외지, 항공기 소음 피해지라는 오랜 한계를 딛고 주거환경과 교육·문화 인프라까지 체질이 바뀌고 있다. 민선 8기 들어 양천구가 ‘신월권 균형발전’을 핵심 목표로 내세우며 맞춤형 사업을 본격화한 결과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26일 신정동 넓은들미래교육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지속되면 도시 전체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다”며” 지역의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균형 발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공항소음 “민원 아닌 보상”으로
김포공항과 맞닿은 신월동은 양천구 전체 인구의 28%가 모여 사는 대표 주거지지만 항공소음 피해 가구만 4만여 세대에 달한다. 양천구는 주민 피해를 단순 민원 수준에 두지 않고 전국 최초로 ‘구세 감면’이라는 실질 보상책을 시행했다.
2023년 7월부터 공항소음대책지역 내 1세대 1주택 주민은 재산세(구세분)를 최대 60% 감면받는다. 또한 구 직영 공항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청력 검사, 보청기 지원, 심리상담 등 ‘생활 속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신월동 남부순환로 일대에는 불과 2년 사이 평생학습센터, 문화예술센터, 미래교육센터가 잇따라 들어섰다. 요리·원예 등 생활기술교육을 제공하는 평생학습센터는 주민 참여율이 빠르게 늘고 있고, 신월문화예술센터는 음악과 전통문화 강좌로 인근 생활권 문화를 활성화했다.
청소년 대상 ‘넓은들미래교육센터’는 양천구 3대 권역별 미래교육 네트워크를 완성하며, 신월동 아이들도 첨단 역량 교육을 가까운 생활권에서 누리게 됐다. 이들 시설은 ‘목동과 비목동의 교육·문화 격차 해소’라는 구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기재 구청장은 “신월권역의 가장 큰 문제는 없어야 할 공항소음은 있고, 있어야 할 지하철은 없다는 것”이라며 “지역이 가진 현실과 한계를 개선해주는 게 진짜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전임자 누구도 하지 않은 ‘구민 피해는 우리가 직접 챙긴다’”는 마음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인프라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급물살…신월동 ‘첫 전철역 시대’
노후주거지 재건축·재개발은 지역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 8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신월시영아파트’는 3149가구 규모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신월동 최대 단지로 탈바꿈한다. 공공·민간 재개발이 동시에 진행 중인 신월1·3·5·7동 모아타운 및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는 갈등 예방을 위해 ‘도시발전추진단’을 설치하고, 주민 대상 정비사업 이해 교육을 정례화했다. ‘현장 소통’에도 방점을 찍은 게 특징이다.
신월동의 숙원은 단연 지하철이었다. 다음 달 착공을 앞둔 ‘대장홍대선 민자사업’이 승인되면서 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신월동은 부천 대장지구와 마포 홍대를 잇는 생활권 선상에 새롭게 편입돼 교통 접근성에서 개선된다.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는 9년 만에 추진이 본궤도에 올라 최근 기공식을 가졌다. 이곳은 터미널 부지를 포함해 주거·업무·쇼핑·물류가 결합된 스마트 산업클러스터로 개발된다. 인근 공공기여 부지에는 수영장과 실내 테니스장 등을 갖춘 ‘신정체육센터’ 건립도 예고됐다. 보건소 별관 신축, 주민센터 복합청사 이전 등 공공서비스 인프라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한편, 목동선 재추진과 신정지선 연장·신정차량기지 이전은 이 구청장이 꼽은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다.
“균형발전 위해 권한 나눠야”...서울시에 쓴소리
지역의 정체성을 활용한 문화축제도 눈길을 끈다. ‘양천 락(樂) 페스티벌’은 항공기 소음을 백색소음으로 바꾼 역발상의 음악축제로, 3년간 2만명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며 지역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서서울호수공원 물놀이장, 지양산 지양숲공원 등 새로운 여가공간도 주민 친화적 변화를 상징한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에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민 여가공간 하나 조성하는 데도 문턱이 너무 높다”면서 “서서울호수공원에 물놀이장을 설치하는 일도 시 관리구역이라 허락받기 위해 여간 고생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 30년이 지났지만, 서울시가 여전히 권한을 너무 움켜쥐고 있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에 ‘지방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는데, 먼저 서울시의 권한부터 자치구에 내려줘야 한다”며 “그게 서울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서울시의 경직된 행정과 권한 집중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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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청장은 공항소음피해지역 내 재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항소음피해지역의 경우 공공기여율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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