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피해 급증 불구 유통 규모조차 파악 못해
조인철 "법적 규제 근거 전무…보완 입법 절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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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급증하는 가운데 해외 범죄조직이 국내 '010' 번호로 위장 송출하는 데 악용하는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일명 '심박스(SIM-BOX)'가 핵심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다. 피해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이러한 심박스 유통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광주 서구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보이스피싱 피해가 2024년부터 급증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 1인당 피해액은 4,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75% 폭증하며 심각성이 더욱 커졌다. 동시에 발신번호 변작 신고 건수도 2022년 2만9,000건에서 2023년 3만4,000건, 2024년 5만9,000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급증세 배후에는 심박스 악용이 꼽힌다. 심박스는 해외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를 국내 이동통신 번호인 '010'으로 위장해 송출하는 장비다. 국제전화나 '070' 번호는 스팸으로 인식해 받지 않는 국민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고도의 수법인 셈이다. 올해 6월 광주 북부경찰서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와 연계된 국내 심박스 관리조직을 검거하며, 해외조직과 국내 유통망 간 연결고리를 확인한 바 있다.


문제는 심박스가 간단한 구조로 설계돼 원룸, 모텔, 차량, 심지어 폐건물이나 땅속에까지 은닉돼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통신사로부터 의심 번호 위칫값을 받아 수동적인 전파탐지 방식으로 추적하는 현행 단속시스템으로는 전국에 산재한 불법 중계기를 실시간으로 적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심각한 점은 심박스 수입·유통 전 과정에 대한 법적 규제 근거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발신번호 조작 행위는 불법이지만, 심박스 자체의 유통·판매를 직접 규제하는 법이 없어 관리의 허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조 의원이 과기부에 확인한 결과, 과기부는 '변작 중계기 유통 현황을 별도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 정부가 심각한 상황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조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 주요 원인인 변작 중계기에 대해 정부가 유통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정(더불어민주당·정부) 보이스피싱 TF에서도 불법 변작기의 제조·유통·사용 금지를 정책 과제로 설정한 만큼, 입법 보완에 조속히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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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 의원은 당정 보이스피싱 TF 간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이스피싱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보완을 추진 중이다.


호남취재본부 강성수 기자 soo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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