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석 연료 집착
"녹색 사기' 비판 발언도
세계 굴뚝 중국 "탄소 10% 줄이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기후 정상회의에서도 화석연료 확대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적 고립을 자처했다.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로드맵을 내놓는 와중에 미국만 역행한 셈이다. 반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유럽연합(EU)은 한층 강화된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미국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미국의 이탈이 다른 국가들의 기후 행동을 약화시키지는 않았지만,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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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물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리아, 이란까지 참여했지만, 정작 미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부터 파리협정을 '경제를 해치는 사기'로 규정하며 다자적 기후 합의 자체를 부정해 왔다. 협약 이행 점검과 향후 배출 목표를 논의하는 기후정상회의에 미국이 불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녹색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더 많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가스 생산국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수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미국 경제의 신성장 축으로 내세웠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화석연료 중심의 기조로 에너지 정책을 선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여러 나라들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빠르게 확충하는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태양광 서버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서 미국만이 홀로 '화석연료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웝크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세계 최대 경제이자 두 번째 배출국인 미국이 사실상 기후체제에서 손을 뗀 셈"이라고 우려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기후변화 대응은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관여의 입장권(entry fee)"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정 이탈 등 퇴행적 행보가 결국 미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121개국이 내놓은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전혀 달랐다. 이들은 재생에너지가 기후 재앙을 늦출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번영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번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정점 대비 7~10% 줄이고, 비화석연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며, 풍력 태양광 설비를 6배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나라를 거꾸로 가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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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역시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 동참할 뜻임을 밝혔다. EU는 2035년까지 1990년대 대비 66~72% 감축 목표에 잠정 합의했으며,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EU는 지난 8월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연료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는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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