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기간 지났는데 헌법소원
추가 수임료 받고 잠적
"보이스피싱 피해를 만회하려 변호사를 찾았는데, 그 변호사에게마저 사기를 당한 듯합니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의뢰인들이 불성실한 변호사에게 2차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급기야 피해자들이 직접 '성난 의뢰인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불량 변호사'들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인데, 현재 25명이 모였다.
피해자 A씨의 악몽은 6000만 원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며 시작됐다. 피해를 만회하려던 그는 2022년, 낮은 수임료와 높은 성공률을 보장한다는 진 모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서울중앙지법 2022가단5328966).
소송이 처음이었던 A씨는 사건 수임 계약서 없이 진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입금했다. 하지만 소송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진 변호사는 2024년 7월 돌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야 한다"며 A 씨에게 추가 수임료 110만 원을 요구했다. 진 변호사가 문제 삼은 법 조항은 관련 소송에서 통상 문제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이 제청(2024카기51632)과 함께 낸 헌법소원(2024헌마602)은 각각 2024년 7월과 8월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소송 중 피고 측 답변서를 통해 심판 대상 조항이 적용됐음을 알게 됐더라도, 이로부터 90일이 명백히 도래해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사실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도리어 진 변호사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 항소해야 한다"며 항소심 선임료 110만 원을 또 요구했다. 심지어 항소심 진행 중 한 달간 잠적했다가 "다음 기일도 출석 부탁드립니다. 제가 해외연수 중이라서요"라고 변명했다.
A씨는 "재판도 불리한 상황에서 돌연 소송대리인이 사라졌다"며 "변호사를 믿은 것도 저의 중과실에 해당하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성난 의뢰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대응해야 했다.
A씨의 사례는 우연이 아니었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B씨 역시 진 변호사에게 선임비와 경찰 조사 입회비 55만 원까지 냈지만, 진 변호사는 조사 당일까지 선임계조차 내지 않았다. 진 변호사는 조사 1시간 30분 전에서야 코로나19 확진으로 입회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진 변호사는 3일 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B 씨에게 발각됐고, 해당 사실은 진 변호사 징계 과정에서 인정됐다.
문제가 된 변호사들의 공통점은 '저렴한 수임료'를 미끼로 사건을 수임한 뒤, 제대로 된 변론 활동 없이 사건을 방치하는 것이다. A씨의 새로운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건 1심 당시 유사 사건 판결이 갈리던 중이라 치열하게 다퉈볼 만한 시점이었지만, 소송 진행 과정이 법리적으로 매우 빈약했다"며 "신뢰 관계상 보통의 변호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진 변호사는) 빈번히 했다"고 말했다.
징계의 실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변호사법 제90조에 따르면 변호사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등 모두 5가지다. 제명돼도 처분 이후 5년 뒤면 재등록이 가능하다. 영구제명 대상은 △변호사 직무 관련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형 확정 △2회 이상 정직 이상의 징계 처분 후 징계 사유가 발생한 경우이지만, 실제로 영구제명 된 사례는 2025년까지 단 1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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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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