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공익법단체 두루 강정은 변호사 인터뷰
국선변호사 제도 있지만 현실 지원 한계
사법접근권 문턱 낮추고 전문 변호사 양성해야
"범죄에 연루되거나 법을 위반한 아동·청소년은 수사 초기 경찰에 진술할 때부터 법률 조력이 필요한데, 소년분류심사원(보호처분 전 구금되는 곳)에 갈 때가 돼서야 뒤늦게 국선보조인(국선변호사 포함)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로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까요?"
공익법단체 두루에서 아동·청소년 지원 사업 '온 마을 Law'를 담당하고 있는 강정은 변호사는 2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아동·청소년 권리를 보장하기 힘든 법률 조력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법률문제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 마을 Law 사업은 3년 전 두루가 삼성생명,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시작했다. 폭력, 사회적 낙인 등 인권침해 위기에 놓인 아동·청소년이 적시에 필요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국에 있는 변호사 64명이 법률 지원 활동에 참여했다.
국선변호사 제도에 따르면 성폭력·아동학대·장애인 학대·인신매매 등 범죄 피해자 및 성착취(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은 국선변호사 선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이 자발적으로 변호사를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강 변호사는 "성착취 피해나 아동학대 등 문제로 청소년들이 변호사를 찾기는 하지만 스스로 찾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아동·청소년이 법률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아동은 독자적인 소송능력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 본인이 원하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법률대리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법접근권의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은 변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가해자로부터 '너도 좋아서 한 것 아니냐'는 식의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의 연령이 너무 어려서 성착취가 범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성착취 피해자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적 소송을 대리하면서 피해자를 정서적으로도 지원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이 법적으로 조력을 받기 위한 인프라도 실질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는 지난해 7월 기준 약 3만7000명이지만, 이 가운데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45명, 피해자 국선 비전담변호사는 600여명에 불과하다. 각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팀,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배치된 특화 변호사는 전무하다. 공익단체에 소속된 공익변호사도 12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강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변호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 인권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변호사는 "현재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성착취 등 성범죄,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 인신매매, 스토킹 범죄 등 다양한 범죄를 모두 조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변호사 풀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시민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다만, 아동과 청소년은 어른들보다 정보와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성착취,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1366)에서 365일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관련 상담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상담채널 디포유스(@d4youth)를 통해서도 1:1 익명 상담이 가능합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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