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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사기업 이전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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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직원들이 부산 이전에 동의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사실과 다릅니다. 논의조차 된 적 없고 내부에서는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HMM(옛 현대상선)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HMM 지분을 7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정부 출자 지분을 근거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직원들도 동의했다고 했지만, HMM이 이 문제를 두고 외부 접촉이 없었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다고 밝히면서 이슈화됐다.

부산항에 HMM 컨테이너선이 정박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

부산항에 HMM 컨테이너선이 정박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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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부산 이전이 선거 공약으로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총선, 지자체장 선거는 물론이고, 제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가 부산 9대 공약 중 하나로 HMM 유치를 포함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화하지 못하고 지역민들의 바람에 그쳤다. 여기에는 국내 최대 선사를 유치하면 지역경제가 살고 부산의 해양 도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HMM이 부산항을 모항으로 두고 지역사회와 상생에 힘써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 이전을 결정할 때는 정치가 아닌 경제 논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높이고, 위험 요소인 불확실성은 줄이는 차원에서 이전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공약이었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산업은행은 공기업 중 자산 규모나 역할이 커 이전 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는 HMM도 다르지 않다. 직원을 비롯해 고객사인 화주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해운업은 특성상 화주가 몰려 있는 곳에서 영업하고, 전국 또는 세계 각지에 있는 항만에서 물류를 운영한다. HMM과 같은 글로벌 선사는 더욱 그렇다.


또 HMM은 민간기업이다. 당장은 산업은행 등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공공서비스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과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공기업에도 속해 있지 않다. 현대상선 시절 해운업 불황과 경영 위기에 투입한 공적자금(영구채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오늘날까지 왔을 뿐이다. 산업은행은 그사이 매각도 추진했다. 만약 HMM이 지난해 새 주인을 찾았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논란이다.

국내에서 산업은행 손을 거친 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을 모두 공기업으로 보진 않았다. 부산 지역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 HMM 부산 이전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공약 발표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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