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이행 계획이 보류됐다. 조기상환이 관행이지만,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의 자본비율이 낮아진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과거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를 떠올리며 시장은 불안에 떨었다.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의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라는데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는 지배구조가 재무적 투자자로 구성돼 장기 안정성보다는 단기 주주이익 극대화가 우선 목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의 발언에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로 불거진 '먹튀' 비판 여론이 녹아있는 듯하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본을 늘려야 하고, 증자할 경우 단기적으로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러니 JKL파트너스 입장에서는 굳이 자발적으로 증자에 나설 유인이 없다. 게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지 이미 6년이 지났고, 매각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니 더 그렇다.
하지만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서긴 쉽지 않다. 결국 롯데손보와 JKL파트너스는 하반기에 증자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에 투자한 펀드 내부 자금을 동원할 수도 있고, 여의찮으면 다른 펀드의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타 펀드 여러 출자자(LP)들의 동의도 일일이 구해야 한다. 겨우 OK사인을 받고 투자할 때 롯데손보 기업가치 책정도 민감한 부분이다. 투입한 자금이 클수록 매각가도 올라가 매수인을 찾기 어려워진다. 단숨에 고차방정식으로 문제가 복잡해진다.
사실 당국은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재무 건전성이 중요한 보험업 특성상 자본비율 관리는 엄격히 다뤄야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다소 거친 진행 방식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롯데손보가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할 때 관련 증권신고서 기재가 미흡하다며 수요예측 하루 전날 철회시켰다. 롯데손보 입장에선 갑작스레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2022년 흥국생명 사태를 겪었음에도 금융당국이 우리나라만의 조기상환 관례를 손보지 않은 점도 씁쓸하다.
무엇보다 대주주의 특성을 강조하며 사모펀드를 공공의 적으로 돌린 점이 우려된다. 이번 일로 이미 사모펀드 업계는 확실히 사회적 '밉상'이 됐다고 느끼고 있다. 한 사모펀드운용사(PE) 관계자는 "자금 조달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음에도 당국이 조기상환을 불허하고 대대적 비판에 나선 것을 보니 사회적 눈초리가 따가워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모펀드를 욕한다고 조기상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년간 외국 자본에 맞서기 위해 성장시킨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과 관련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정공법이 뒤탈과 잡음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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