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생산 車부품은 2년 관세 유예
車기업들 美공급망 이전 시간 벌어주기
"中 미국의 대중국 관세 흡수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위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머콤카운티에 위치한 칼리지 스포츠 엑스포 센터를 찾았다. 센터 후면에는 '영광의 100일(100 Days of Greatness)'이라고 적힌 전광판이 배치됐다. AFP연합뉴스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145%의 대중국 관세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중국과의 관세전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대중 관세 부과는 철회하지 않되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선 2년 동안 외국산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 부담을 일부 경감해주기로 했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부품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을 기념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머콤 카운티를 찾아 중국을 '전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일자리 도둑'으로 칭하며 "대중 관세로 이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145%의 대중 관세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방침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우리가 중국과 잘 못 지낸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중국은 협상을 원하고, 우리도 협상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는 이날 앞서 공개된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인터뷰 발췌본에서도 145% 대중 관세에 대해 "그들은 그것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당신은 중국이 그것(관세)을 흡수(eat)할지를 모른다"면서 "중국은 아마도 (미국의 대중) 관세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부과에 따른 부담이 온전히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앉히길 바라는 중국은 미국의 무역 협상에 응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전일 오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깡패(bully)에게 굴복하는 것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독을 마시는 것과 같다"며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반미 전선을 구축할 것을 독려하고 나섰다. 또 중국은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지칭하며 미국의 수출입은 전 세계 무역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미국은 전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해당 영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145%의 고율 관세나,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125%의 관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가 일정 부분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시점에 맞춰 영상을 공개하며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두고 미국 CNN 방송은 "영상은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해선 완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100일 취임 연설 당일인 29일 새벽 자동차 관세 인하 정책을 깜짝 발표했다. 포고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완성한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 중 15%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1년간 관세(25%)를 감면하고, 2년 차인 이듬해에는 10%에 해당하는 부품에 관세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번 정책은 부품 관세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크레디트(credit)'를 자동차 제조사에 제공하는 것이라는 게 미 정부 측 설명이다. 대상은 미국 회사뿐만 아니라 미국에 업장을 둔 모든 자동차 기업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부품 관세를 다른 품목별 관세와 중첩해서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
미 상무부 고위당국자는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업체들이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15%는 관세 없이 외국에서 가져와서 자동차에 넣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업계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동차 부품의 15%는 미국에서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15%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완성했으며 국내 부품 비중이 85% 이상인 자동차는 어떤 관세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레이드마크인 네이비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채 성조기를 손에 든 지지 세력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연단에 섰다. 디트로이트는 미시간주 최대 도시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블루칼라 노동자가 많은 '러스트벨트' 지역 중 하나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도 '미시간'을 수십 번씩 외치며 "더 강한 미국'을 돌려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정책 실패에 따른 후폭풍으로 정치적 열세에 몰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 18~21일 폭스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4%에 그쳤다. 이는 조 바이든(54%), 버락 오바마(62%), 조지 W. 부시(63%) 등 전임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차 지지율보다 낮고 트럼프 1기(45%) 때보다도 저조한 수치다.
한편 미국은 다수 국가와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에 따르면 현재 17개국과 상호관세를 협의 중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1개국과의 협상이 완료됐다며 "상대국 총리 및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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