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대응 나선 업계 "표적 조사"

관세청이 국내 주요 선사 15곳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자 이들 선사가 한국해운협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표적 조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세청은 최근 HMM, 장금상선, 고려해운, SK해운, 팬오션 등 주요 선사들을 대상으로 5년 치 벙커유 대금 거래를 전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과 조사 대상 선사들은 벙커유(선박용 연료) 대금 결제 방식이 외국환거래법상 ‘제3자 지급’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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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벙커유를 공급받고 그 대금을 공급지와 다른 WFS(World Fuel Services) 계열사에 지급하는 방식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들은 항해 중 필요한 연료를 현지 WFS 지사에서 공급받고, 정산된 대금은 WFS 본사에서 발행한 청구서에 기재한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관세청은 실제 거래 주체와 대금 수령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외국환거래법 제16조에 따라 ‘제3자 지급’이라고 보고, 대금 지급 전 한국은행에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게 현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본사와 지사 간 관계더라도, 법적으로는 제3자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 해운 전문 변호사는 “제3자 지급의 사전 신고 의무는 외환 당국이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본사와 지사의 관계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제3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실관계에 따라서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해운업계는 이번 조사가 이례적이라고 반발한다. 선사들은 “수년간 관행적으로 해온 결제 방식인데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느냐”며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WFS 측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을 뿐이고, 본사와 지사를 동일한 회사로 인식해 왔다”며 “‘제3자 지급’인 줄 알았다면 선사들이 그렇게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고, 형사적 조치보다는 계도가 우선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세청의 동시다발적인 조사에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도 본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활황인 조선업계에서 세금을 걷겠다는 의도가 내포됐다고 보는 업계의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조사 대상에 오른 15개 선사와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당장 법률 대응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 로펌 자문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 방향을 두고 선사들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선사는 WFS 계열사가 본사의 자금관리전문회사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사전 신고가 아닌 사후 보고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다른 선사는 개별적으로 로펌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관세청과의 법리 다툼에 나설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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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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