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 최多…"여러 시나리오"
'이민' 28회 언급…"고용비용 상승"
정부효율부·멕시코만도 단골 등장
미국 증시 500대 기업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이민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과 관련된 언급이 늘었다고 17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이 보도했다. 관세는 수입 가격 상승이 소비자가격 인상을 촉진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화된 이민자 정책은 고용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모두 기업 실적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가장 많이 거론된 정책은 ‘관세’다. CNBC가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세는 올해 S&P500 기업 실적 발표에서 191회 언급됐다.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이를 연기했고, 지난 4일부터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그의 관세 공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달 12일부터 알루미늄과 철강에 각각 25% 관세를, 오는 4월1일부터는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 관련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앞둔 지난해 말부터 부쩍 늘었다. CNBC가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관세는 175회 언급됐는데 약 절반은 작년 4분기 동안 나온 것이다. 관세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8년 491회, 2019년 550회로 정점에 달했다.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여러 기업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칠 잠재적 영향을 아직 지침에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어떤 정책이 나올지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건자재 업체 마틴 마리에타 머터리얼스의 제임스 니콜라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가 어떤 형태로 발효되는지에 따라 공급업체의 수익이 증가할 수도 있고, 감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R. 스콧 헤런 시스코 CFO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어떤 형태로든 시행될 것에 대비해 계획을 세웠다면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와 단계를 계획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정책 중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것은 이민이다. 28회 인용됐다. CNBC는 새 행정부 첫 해 이민 얘기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언급한 횟수가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16회),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18회)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시작 때 이민은 37회 거론됐다.
이번 콘퍼런스콜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관세 정책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AT&T, 버라이즌, 티모바일 등 미국 3대 통신사는 이민 둔화가 특정 전화 요금제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미칠지 문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리츠(REITs) 에퀴티 레지덴셜은 이민과 관련해 세입자 강제 추방으로 임대 계약이 위반되는 사례에 대한 질문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물류 리츠 프로로지스의 하미드 모가담 최고경영자(CEO)는 이민자 강제 추방으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노동자 풀이 줄어들고 고용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효율부(DOGE)와 멕시코만(아메리카만)도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단골 소재였다. 정부효율부는 지난 14일 오전까지 15건 이상의 통화에서 언급됐다. 정부효율부가 지출 삭감에 나서면서 공기업과 연방기관 간 계약이 위기에 처해 월가는 긴장한 상태다. 샤얌 산카르 팔란티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정부효율부가 정부에 능력주의와 투명성을 가져올 것이며, 이는 우리의 상업 비즈니스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문서 위탁관리 기업 아이언마운틴은 정부효율부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운영 방식을 지적한 뒤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빌 미니 아이언마운틴 CEO는 "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회사에 지속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직후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셰브런은 실적발표에서 미국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반면 경쟁사 엑손 모빌은 해당 지역을 멕시코만으로 불렀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첩보기관이 따로없네…판·검사 대신 외교관 찾는 기업들[판커지는 기업외교]①](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22009560839549_1740012968.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