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서 양산되는 부정적 편견
다문화가정 포용 어려운 사회 분위기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살펴본 [국제결혼의 민낯] 기획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부정적인 인식이 깔린 '다문화가정'이란 용어의 사용을 꺼린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이란 용어가 가진 '낙인효과' 때문에 사용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국제결혼 한 가정을 모두 다문화가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편견을 만든다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다문화가정이란 말을 쉽게 써왔던 입장에서 처음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정이란 용어는 국제결혼 한 가정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은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만들어지면서 나온 말이었는데, 한국인이 외국인 배우자와 만나 국제결혼 한 가정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각종 미디어에서 다문화가정은 매우 좁은 의미로 쓰인다. 주로 한국인 남편과 저개발지역 국가 여성이 중개업체를 통해 만나 결혼한 가정만 의미하는 단어로 좁혀졌다. 유튜브에서도 다문화가정을 검색하면 주로 50대 이상 한국 남성과 20대 젊은 베트남 여성이 중개업체를 통해 만나는 동영상들이 검색된다. 이와 달리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둘 다 젊은 한국인과 백인, 혹은 한국인과 일본인 커플 등이 나온다.
포털에서도 다문화가정이란 키워드는 주로 부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들과 엮인다. 외국인 아내가 불법중개업체와 짜고 한국인 남편의 돈을 가로채고 도주했다가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폭행했다는 사회성 기사들이 뒤따라온다. 다문화가정을 주제로 만든 교양프로그램들도 주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의 젊은 부인과 그들의 아버지뻘인 한국 농촌지역 남편 간 가정 내 갈등을 다룬다. 다문화가정은 일단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낙인효과가 계속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낙인효과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일단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정이란 인식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멀쩡하게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다문화가정이란 용어에 갇히면 일단 학교에서 문제아, 관리 대상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학생 숫자는 지난해 19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들 대부분이 다문화밀집학교라 불리는 경기도 지역 40여개 학교에만 집중적으로 배치돼있다. 지나친 쏠림현상에 교육부에서도 최근 다문화학생들의 분산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다.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각종 현금 지원성 정책을 내놓기 이전에 먼저 용어가 가진 낙인효과부터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다문화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출신이란 말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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