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율 정체에 활동 강화
일극체제 비판하며 존재감 확대
김동연 비명계 측근들 포진 중
김경수 친문결집·김부겸 포용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정체를 기점으로 숨죽이고 있던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비명계 대권주자 간 주도권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비명계 잠룡들의 발언 내용보다는 ‘강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발언 강도에 따라 대선 출마 가능성과 출마 순서 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민주당 내 비명계 잠룡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3김(金)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도 최근 공개 발언 빈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최근 비판 발언 강도를 종합해 보면 발언의 세기는 임 전 실장→김 전 지사→김 지사→김 전 총리 등의 순이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표 혼자 모든 걸 잘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대안인물론'에 대한 논의를 열어두자는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이 대표가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이 대표 자신을 제단에 바쳐서라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완수하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 전 실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가장 낮게 봤다. 홍현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임 전 실정은 확실한 비명계지만 대선 주자라기보다는 보스의 역할에 가깝다"며 "대통령은 대중적 리더십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대중적 공감대 형성 측면에서는 김 지사가 비명계 잠룡 중 가장 크다. 김 지사가 이 대표를 비판하는 지점 역시 대중적으로 논쟁이 큰 부분이다. 그는 최근 MBN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지만, 가치와 철학이 바뀔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적용 등을 추진하자 재계와 노동계의 논쟁을 의식한 발언이다. 비명계 인사들을 잇달아 기관장에 포진시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에 기획재정부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현곤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를 내정했다. 또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에 이용빈 민주당 전 의원,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역시 유정주 민주당 전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하고 당내 친문(친문재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대(對)이재명 발언 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해 12월6일 귀국 당시 "대한민국을 끌어나갈 수 있는 정당을 (이 대표와) 함께 만들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 달 후인 지난달 29일 설 연휴에는 이 대표를 향해 "치욕 속에 당을 떠난 분들에게 사과하라"라고 직격했다. 김 전 지사의 최대 리스크는 2019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따른 선거사범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친문의 적자'로서 당내 대권 경선 등에서 비명계의 전략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비명계 대권주자 거론 인물 중 이 대표에게 가장 유화적 발언을 펼치고 있다. 그는 "민주당의 생명력은 포용성, 다양성, 민주성에 있다"며 이 대표의 포용 정책을 요구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김 전 지사나 임 전 실장의 비판을 충분히 받아내야 민주당의 전체적인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이 대표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냈다.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을 반대했고, 이 대표의 최근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2020년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오는 10일 광주에서 '국민과 함께 여는 제7공화국'을 주제로 강연한다. 4·10총선 이후 정중동 행보를 펼치고 있는 이 전 총리는 당일 연설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를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 측근은 통화에서 "새미래민주당 일각에서 조기 대선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이 비명계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이 대표가 2심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비명계는 조기 대선 위기론을 띄우며 후보 교체 가능성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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