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에서 희생된 개 추가로 확인
"뼈 형태 분석 결과 자연스러운 죽음 아냐"
1700년 전 사로국(斯盧國) 사람들이 지낸 제사의 실마리가 될 구체적 증거들이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경주 월성 서남쪽 일대 마을 끝자락에서 개로 추정되는 동물 뼈를 찾은 데 이어 희생된 개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월성은 신라 궁궐이 있었던 도성이다. 국가유산청은 2014년부터 이곳을 포함한 신라 왕경(王京) 핵심 유적을 발굴 조사하고 있다.
발견된 개의 크기는 약 46㎝로, 먼저 발견된 개(60㎝)보다 작았다. 발견된 일대는 직경이 6m에 이르는 원형 구조였다. 당시 고급품으로 여겨졌을 옻칠한 나무상자와 목걸이, 둥근 고리가 달린 칼, 청상아리 이빨 열두 개 등이 함께 나왔다. 상당수는 분석 결과 3세기경의 것들로 확인됐다. 당시 경주 일대에는 신라의 모체인 사로국이 있었다. 진한 12국 가운데 하나로, 학계는 4세기 중엽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국가유산청은 "출토된 유물 상태,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의례를 지낸 뒤 주변을 불로 태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때 개 두 마리는 제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칭을 이루듯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뼈 형태를 분석한 결과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니었다. 경추(頸椎)가 강한 힘에 눌려 틀어져 있었고, 다리뼈 또한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마리를 대칭적으로 둔 점 등으로 보아 제물로 바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성에서 의례 흔적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성벽 아래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녀의 뼈 등이 확인됐다. 학계는 성이 견고하게 지어지길 바라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人身供犧·인신공양)의 흔적으로 보고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월성에서는 취락이 조성되거나 성벽이 구축돼 왕성으로 전환될 때 의례가 진행됐다"며 "제사에 신라인의 마음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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