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교 전략·지정학적 목표
이란·북한 다르게 조약 제결
서방 중심 권력구조 재편 의도
각국 관계조율·균형유지 관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양국 관계의 이정표로 평가되는 이 조약은 국제 제재에 직면한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에 앞서, 불과 수개월 전 러시아는 북한과 상호 안보를 강조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들 조약은 전 세계적인 고립 속에서 동맹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반영한다. 그러나 조약 간 차이점을 살펴보면 각국의 전략적 가치와 지정학적 우선순위에 따라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드러난다.
두 조약은 모두 주권 존중, 일극 체제에 대한 반대, 다극적 세계 질서 구축에 대한 열망이라는 공통된 기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목표와 구체적인 약속은 상당히 다르다. 러·이 조약이 장기적인 전략적 목표를 기반으로 경제·정치 협력에 중점을 둔 반면, 러·북 조약은 보다 즉각적인 방위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의 차이점은 모스크바의 외교 정책이 연합을 공고히 하면서도 복잡한 지역 역학을 조율하려는 정교한 전략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북 조약은 지역 지정학에서의 극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 조약은 유엔 헌장 제51조(개별적·집단적 자위권 보장 조항)를 인용하며 상호 군사 지원 조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국내법 준수를 요구하는 단서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법적 틀은 양국이 의무를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해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방어에 완전히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외형적으로 연대감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한다.
이 조약은 집단 안보 조치도 강조한다. 위기 시 협의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서방의 위협에 맞서 두 나라가 더욱 밀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지속되며 어느 한쪽이 1년 전 해지를 통보해야만 종료된다. 이는 양국 간 안보 약속이 상당한 무게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 조약을 열렬히 받아들였다. 쿠르스크에서 반격전에 대응하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평양의 행보는 양국 동맹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병력 파병 의혹까지 받고 있다. 북한에 이 조약은 국제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북한과 미국 및 그 동맹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략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조약을 구성하는 아주 정교하게 계산된 언어는 러시아의 신중한 접근 방식을 반영한다. 러시아는 북한의 상징적·물질적 지원에서 이점을 얻고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잠재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반면, 러·이 조약은 이전 20년간 유효했던 조약을 개정한 형태로,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한 협력을 반영한다. 이 조약 역시 방위 협력을 강조하지만 상호 방위 조항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한 러·북 조약이 무기한으로 지속되는 것과 달리 러·이 조약은 20년 동안만 유효하고 이후 5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이는 러시아가 중동 지역의 갈등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란을 둘러싼 역내 역학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강대국과 얽혀 있는 만큼 러시아는 신중한 거리 두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조약은 경제 및 정치 협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역·투자·에너지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포함하며, 현지 통화 결제 시스템 구축,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의 연계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을 전략적 동반자로 여기는 이유는 단순한 군사적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 파트너이자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동맹국으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을 포함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국내 드론 생산을 확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하면서 이란의 군사적 지원 필요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의 초점도 서방의 제재에 맞서 장기적인 경제적 자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 조약은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러시아의 더 큰 지정학적 목표를 반영한다. 러·북 조약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전략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러·이 조약은 이란을 러시아의 경제·지역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장기적 협력 청사진을 제시한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방위 조약을 승인한 시점도 전략적으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조약을 비준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서 승리한 직후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의 새 행정부 정책 변화에 대비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이 조약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반면, 러·이 조약은 트럼프 취임 직전 체결됐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장기 외교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극적 세계 질서 구축, 중동 내 외부 개입 배제,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공동 목표를 명확히 한다. 또한 인프라 개발 및 재생에너지 협력 등의 조항을 포함해 이란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같은 러시아 중심의 지역 기구에 깊숙이 편입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두 조약은 러시아의 적응적 외교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러·북 조약은 즉각적인 지정학적 압력 속에서 성사된 고위험·고수익 동맹이다. 러·이 조약은 보다 계산된 안정적인 경제·전략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이 조약들은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반영한다.
전 세계는 이 두 조약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들 조약은 단순한 상징적 조치가 아니다. 서방 중심의 지배를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글로벌 권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동맹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각국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복잡한 지역적 역학 속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미묘한 균형 속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과도한 자원 소모를 피하고, 통제할 수 없는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하오난 중국 공공외교 정책 싱크탱크 차하얼학회 연구원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Russia’s close ties with North Korea and Iran represent diverging goal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