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절차를 밟으면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은 한 달간 유예됐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운영 중인 201곳의 국내 대기업 계열사 등은 당장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1차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향후 한국이 직접적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로펌에서는 기업들의 자문 요청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을 제시하고 통상 및 국제조세 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201곳 멕시코·캐나다에
4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88개 대기업집단(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중 25개 그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01곳의 해외 계열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법인은 110곳, 멕시코 법인은 91곳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그룹별 단순 해외법인 숫자만 살펴보면 삼성이 68곳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은 멕시코에 18곳, 캐나다에 50곳의 회사를 둔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는 현대차그룹이 28곳(멕시코 16곳, 캐나다 12곳)으로 많았다. 이어 한화(14곳), LG(11곳), 포스코(11곳) 순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제조 공장을 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배터리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 관련 제품군이 관세 폭탄으로 미국 수출 경쟁력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기업들은 로펌의 통상 및 국제조세 관련 팀에 미국 내 관세 영향 및 이슈 등에 대해 시시각각으로 자문을 요청했다. 기업들은 로펌에 주로 추가 세금 부담을 질 수 있는 상황에서의 부담 완화 방안 등을 질문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어떤 흐름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자문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부과의 근거로 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IEEPA)에 대한 해석 문의도 이어졌으며, 공급망 변화 필요성 등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IEEPA는 비상 상황에서 긴급 경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미국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한국 헌법 제76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긴급 조치와 유사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근거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경우, 외국과의 경제 거래를 규제·금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류의 유입이 자국민에게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고,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IEEPA를 근거로 이들 나라에 관세를 부과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IEEPA를 근거로 들어 미국 국내법적으론 문제가 없고, 피해국이 WTO에 제소할 순 있으나 추가적인 관세 부과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무역 시장에서 흑자국을 대상으로 한 협상용으로 관세 부과에 나선 것일 수도 있어 추이를 살피고 공급망 변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통상정보학회 부회장인 박효민(43·사법연수원 41기) 세종 변호사는 “기존에는 주로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이나 무역법(Trade Act) 등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으나 IEEPA를 통한 관세 부과는 특정 국가 전체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법적 논란 소지가 있으나 실제 미국 법원에서 대통령의 판단을 뒤집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장을 지낸 한창완(45·35기) 태평양 글로벌미래전략센터 변호사는 “IEEPA에 근거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당 법을 근거로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로펌에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에 따른 세금 부담 완화 방안 △새로운 국제 조세의 범위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팀 확충·세미나·수시 뉴스레터 발행
로펌들은 통상 및 국제조세 관련 동향이 계속해서 변화할 것으로 보고 국제조세팀과 국제통상 관련 팀을 확충하고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기존 국제조세 쟁송·세무조사팀을 비롯해 기업들에 관련 자문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신국제조세연구소(RCIT)를 운영하고 있다. 김·장 국제통상팀은 지난해 11월부터 환경에너지팀과 수출통제팀, 경제제재팀, 공급망팀, HR팀 등과 함께 ‘트럼프 2기 통상 규제 대응 TF’를 구성했다.
광장은 2023년 국내 로펌 중 최초로 경제 안보 업무를 다루는 경제안보TF를 발족했다. 또 광장국제통상연구원은 워싱턴, 브뤼셀 싱크탱크와 협업하며 정책적·경제학적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TCJA extension 등의 주제로 미국 로펌들과 함께 세미나 혹은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태평양은 최근 외국인 최초로 국내 대기업 글로벌 조세 부문장 등을 역임한 제레미 에버렛 회계사를 영입해 조세 정책 변화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미국 조세정책 변화와 글로벌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계획 중이다.
율촌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우리 기업의 산업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자 '트럼프 2.0 대응센터'를 발족했다. 센터장은 안정혜(49·35기), 최용환(47·36기) 변호사다. 센터에서는 율촌의 입법지원팀과 IRA-Chips Act 대응 센터, 국제중재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입안에 따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공동으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개최해 IRA 정책과 보편 관세, 감세정책, 기술 통제 등에 관한 정책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세종은 2023년 설립된 국제조세연구소를 통해 국제조세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국제조세법 및 판례에 관해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비즈니스전략센터는 지난달 24일 중국팀과 공동으로 ‘트럼프 재선에 따른 중국의 대외 전략 변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화우는 지난 4일 트럼프 정책 대응 방안 종합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대미 통상과 투자, 수출통제 정책 및 기업의 대응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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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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