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5인 의견 종합 분야별 영향 분석 발표
보편관세·화석부활·불확실성·통화개입·개인외교 부각
"삼성·SK·현대차·LG 등 무역흑자 리스크대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통상·에너지·첨단산업·대북정책 등 전방위적 변화 폭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보편관세 도입·화석연료 부활·첨단산업 불확실성 증가·통화정책 개입·북미 정상 간 개인외교 등 'T·R·U·M·P'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 실리외교와 민간 아웃리치(적극적 소통·접촉 활동)를 병행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경제·산업 전문가 15명의 의견을 종합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해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트럼프 당선은 수출·통상, 에너지, 첨단산업, 금융시장, 대북정책 등 한국경제 전방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보편적 관세 도입, 화석연료 부활, 첨단산업 불확실성 증가, 통화정책 개입, '북미 정상 간 개인 외교"라고 말했다.
보편관세와 상호무역법 적용으로 대미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와 상대국과 같은 수입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 도입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세계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며 "동맹, 비동맹 구분 없이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 및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지난해 444억달러(약 62조원), 올 상반기 287억달러(약 40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현대차 , LG 등 주요 기업 대미 투자로 무역이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허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시도 가능성이 크다"며 "대미 투자 증가로 인한 기업 내 무역의 증가가 큰 요인이 될 수 있음을 환기하고 정부는 미국산 에너지, 농산물 수입을 늘려 내년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 증가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 입주 지역 주정부, 의회, 노동자 등과 함께 미국 압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한국기업들이 피해를 입으면 같은 요인으로 타격받는 미국기업·주정부·의회·노동자들과 연계해 미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공급이 늘어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투자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화석 연료에 대한 규제 완화, 화석 연료 프로젝트 관련 연방 정부 허가 신속화 등을 통해 미국 석유·가스 생산,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저렴해진 가스에 대한 미국 내 수요 증가로 수출이 줄거나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에너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청정에너지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 등 핵심 프로그램 세액공제 대상이나 공제 규모가 조정될 수 있어 국내 태양광·풍력·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보조금 등 인센티브 조정 가능성이 커져 기업 불안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과 자국 투자 확대를 위해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수령을 위한 동맹국 투자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한국, 대만, 일본, 유럽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 인센티브가 아닌 투자 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정책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중 교역제한 협조 요청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약 50%에 달해 한국에도 대중 교역제한에 대한 (미국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주요 생산라인과 시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논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전기차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내연차 대비 자동차 부품이 30%가량 적은 전기차 보급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줄고 있어 전기차 전환 정책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국산 수출 전기차 절반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 개발,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통화정책에 개입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 2기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 제한을 지렛대 삼아 금리 인하, 약달러를 추구할 전망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둔화 우려와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보유 비중 축소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봤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트럼프는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계속 넣을 것"이라며 "각종 세금 감면과 재정 지출 증가로 인한 예산 부족을 관세 수입으로 메울 수 없어 국채 발행량을 늘릴 경우 약달러와 (미국) 국채 증가는 한국의 (대미) 순수출 감소와 자본유출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일대일 협상을 늘어 외교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개인적 친분을 활용한 북미 정상 중심 대북 외교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을 완전히 압박하는 시나리오부터 북한의 핵 체제를 인정하는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고 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이 기존 첨단 산업 대미 투자, 통상·대북정책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정부를 이미 경험해 본 정부의 실리적 외교·협상 노력과 민간 아웃리치 활동을 병행하면 양국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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