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위기 ‘심각’ 단계 20여일 방치
“기후변화 미온 대처…비축 물량 소진”
정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늑장 대응으로 배춧값이 폭등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올여름 배춧값 폭등은 정부와 aT의 늑장 대응, 기후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인재다”고 질타했다.
지난 21일 기준 배추 1포기당 소매가(상품)는 9,162원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5,103원) 대비 79.54% 급등했다. 이 같은 배춧값 오름세는 몇 달 전부터 징후가 나타났다. 하지만, aT는 배추가격이 이미 오른 지난달 25일에야 ‘2024 여름 배추 긴급 수급안정대책 정부 수매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aT ‘품목별 위기단계 가이드라인’은 위기단계별 대응을 가격 상승 시 ‘심각’, ‘경계’, ‘주의’ 단계로 구분해 가격을 관리하고 있으며,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에는 9월 25일 마련한 수급안정 대책과 같이 비축물량 할인공급, 직공급, 수입관세 인하, 정부 직수입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aT는 배추가격 위기 ‘심각’ 단계가 9월 4일부터 시작됐음에도 20여일 동안 별다른 세부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했다. 더욱이 ‘심각’ 전 단계인 ‘경계’ 단계가 8월 14일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이어서 최소 8월 중순부터는 이에 대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심각’ 단계에 곧바로 대책을 내놔야 했다.
‘품목별 위기 단계 관리 가이드라인’ 기준도 문제다. 여름 배추가격 ‘심각’ 단계의 작형별 등락률 기준이 79%나 된다. ‘심각’ 단계 기준이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어 배추가격이 이미 폭등한 상황에서 대책을 내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이미 8월 상순부터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됐으나, aT는 평년 기온을 반영해 9월 6일 정부 비축 물량을 모두 방출해 9월 배추가격 폭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T는 9월이 되면 강릉, 평창 등 준고랭지 날씨가 배추 생육에 적합한 기온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했으나, 평년 최고 기온보다 3.1~3.4도나 높은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문 의원은 “이번 배추가격 폭등은 정부와 aT의 안일한 대처에 우리나라 농림분야 기후변화 대응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며 “위기 단계 가이드라인 등 제도개선 및 농작물 기후변화 지표, 저장기술 개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남취재본부 강성수 기자 soo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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