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인구 증가 가속화와 함께 치매 환자 수도 급증하면서, '치매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관리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보험사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치매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거나 숨겨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치매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바뀐 영향이다. 보험사들은 단순히 진단 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종합적인 치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병률 오르며 간병·치매보험 수요 확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65세 이상의 치매환자는 105만명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0%를 넘어섰다. 고령 치매환자는 꾸준히 늘어 2038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보험업권에는 간병·치매보험 위주로 관련 시장이 형성돼 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을 받는 치매보험과 간병비 보장 혹은 간병인 고용에 관련된 간병보험이 두 축이다. 보험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생·손보사에서 판매하는 해당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약 799만명인데, 이중 간병 위험 대비가 중요한 고령의 가입자는 161만명이었다. 65세 이상 인구 중 17.9%만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 들어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가입 수요는 더 늘어날 공산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경도인지장애'라는 개념의 확산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이 단계에서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현재 약 227만명으로 노인인구 유병률이 20%를 넘는다.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증 치매만을 보장하는 상품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보장해주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생명은 치매 검사 단계부터 중증까지 모든 단계를 보장하는 '삼성 치매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아직 보험사들이 잘 발을 들이지 않던 경도인지장애와 최경증 치매까지 보장범위를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선 보험사도 있다. KDB생명의 경우, 치매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치매 관련 특약상품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는 등 치매보험 시장에서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치매 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보편적인 질환이 돼 장기요양등급 인정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사들은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에 대한 교육·홍보와 상담서비스를 확대해 소비자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예방~돌봄 원스톱 서비스…정책 보완 역할까지
급성장이 예상되는 치매 시장에서 보험사들이 보장뿐만 아니라 예방에서 돌봄으로 이르는 종합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치매정책의 보완적 역할을 담당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회사들은 치매보험을 넘어 치매예방·조기발견 서비스, 보험계약 관련 서비스, 신탁제도 이용지원 서비스, 장기요양사업 진출 등 비(非)보험 영역에서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이 내놓은 '삼성 함께가는 요양보험'은 업계 최초 가족 돌봄 보장 도입, 기간 제한 없는 입원 일당 보장, 삼성생명만의 시니어 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메트라이프생명이 내놓은 ‘종합은퇴솔루션 360Future’의 경우 보험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월납 보험료 액수가 100만원 이상인 고객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방문 재활운동, 간호사 병원 동행, 건강식사 배송 등의 서비스를 해준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치매 진단 시 이용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형평성에 입각해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요양 욕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며 “민영보험상품에 공공성을 강화한 치매·간병특약을 탑재하고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공·사협력을 고려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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