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사흘 만에 金 5개 획득
메달 놓쳐도 웃으며 털어내

편집자주짜발량이는 짜그라져서 못 쓰게 된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쓰임새를 따지는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꼭 도움 되지는 않지만 정감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10대~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놀랍다. 이들은 어느 대회보다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던 2024 파리 올림픽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성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선수단 발대식에서 금메달 목표를 5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5개는 대한민국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71·레슬링) 선수가 활약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금메달 1개) 이후 가장 적은 목표치였다. 하지만 개막 사흘 만에 금메달 5개를 수확하며 조기에 목표를 달성했다.


사격 2개 금메달의 주인공 오예진(19)과 반효진(16)은 모두 10대다. 특히 반효진은 역대 최연소 금메달, 한국 하계 올림픽 역대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금자탑을 세운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막내 남수현(19)도 10대이고 에이스 역할을 한 임시현도 올해 21세에 불과하다. 남자 양궁 대표팀의 막내 김제덕(20)도 올해 겨우 20세다. 김제덕은 이미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라 이번까지 올림픽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남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그는 약관의 나이에 김수녕(53·양궁), 진종오(45·사격)와 함께 우리나라 하계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4개)가 된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당기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당기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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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13개였던 금메달 개수가 2016 리우에서 9개, 2020 도쿄에서 6개로 줄고 이번에 5개로 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체육계에서는 엘리트 체육 위기론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반효진이 100번째 금메달을 딴 2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엘리트 스포츠 위기론 극복을 위해 학계 의견을 듣는 토론회 자리가 열렸다.

작은 나라인 한국이 그간 올림픽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배경에 엘리트 체육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산실인 한국체육대학은 몬트리올 올림픽에서의 성과를 확인한 박정희 대통령이 엘리트 체육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1976년에 설립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엘리트 체육 위기론이 혹 유망주들을 기성세대가 훈련받았던 것처럼 다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개인화된 생활이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별종 마냥 기성세대와 구분하는 세태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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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엘리트 체육 위기론은 다소 무색해진 생각이 든다.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이 요행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의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기분 좋은 일이다. 실망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젊은 태극전사들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던 황선우(21·수영)는 주종목 200m에서 결승 진출조차 실패한 뒤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영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금메달을 노렸던 유도 여자 57㎏ 이하 체급의 허미미(22)도 결승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뒤 석연치 않은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며 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된다며 웃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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